빗속을 걷다 변덕스러운 마음을 보다
호수공원 산 책 길에 비가 내린다
하늘을 힐끗 보고 우산을 펴는 이들
머리를 손으로 가리고 도망가듯 걸음을 재촉하는 이들
어깨 사이로 머리를 숨기고 뛰는 이들을 보고
난 어깨를 펴고 팔자걸음으로 개념치 않는 도도함으로 걷는다
굵어지는 빗방울이 머리카락을 타고 내려 이마로 흐른다.
손으로 눈가에 머무는 빗물을 쓸어내다 어깨와 팔과 온몸을 적시는 비의 근원인 하늘을 머리를 쳐들고 본다
비는 더욱 얼굴을 아픔이 느껴지게 때린다.
난 마사지처럼 여기고 시원함을 즐긴다.
삶의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무시하는 시원함일까?
창작과 논리로 이야기를 만드느라 열나는 머리가 식혀지기 때문일까?
속이는 삶을 노하거나 슬퍼하지 않느라 흐르는 땀이 식혀지기 때문일까?
비와 싸워 이기는 쾌감으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일까?
그리움이 빗속에 씻겨나가서일까?
나의 본향인 물을 즐기는 것일까?
시원하게 빗속을 걷고 또 걷다 울고 싶어 지는 것은 또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