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2021년 9월 10살이 된 토미에게 수제치즈가 올라간 소고기덩어리를 선물했다. 행복식탁에서 만든 고기90% 채소10% 건강식. 피부에 좋은 연어큐브와 킁킁놀이용 장난감과 치카치카치실껌 그리고 치카하면 보상으로 받는 초록껌과 예뻐서 수시로 먹는 저칼로리 수제간식을 앞에 두고 토미는 빨리 먹게 해달라고 불만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스토미 토미 꿍깡이 아꿍이 내강아지 깡지 겸둥이 예쁜이 똠 돼지 똘똘이 아가 똥강지
스토미는 이름 부자였어요. 비록 죽고난 후 십여개의 삑삑이와 방석, 개모차, 똥봉투, 겨울옷 몇개, 영양제와 유산균, 사료와 밥그릇, 약간의 개껌과 간식만을 남겼지만 이름만큼은 누구보다 많던 강아지였습니다.
이렇게 봐도 예쁘고 저렇게 봐도 예뻐서 부르고 싶은 이름이 많았습니다. 킁킁놀이를 해낼 땐 똘똘이라 불렀고, 쎄근쎄근 잠을 잘땐 아가라 불렀어요. 괜히 끙끙 소리내며 뭔가를 요구할땐 꿍깡이였다가 삑삑이 물고 놀자고 쳐다볼땐 귀염둥이라 불렀고요. 가만히 있을땐 내 강아지라 부르며 안아줬고 아침에 눈을 뜨면 토미를 큰소리로 불렀었죠. 그러면 거실에 있던 토미가 내 방에 달려와 모닝뽀뽀를 했고 기다렸다는 듯 내 이불 속에 들어와 더 자려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나는 일어나 씻고 토미는 더 자고.. 아침밥 먹자고 토미를 부르면 다시 저벅저벅 나와서 밥을 먹고, 기특하게도 매번 밥그릇을 싹 비우는 토미를 돼지라 불렀어요.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할때 토미야 안녕 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눈을 감은 토미가 내 인사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강아지 토미도 분명 마음으로 누나야 안녕 이라 했을겁니다.
토미와 누나는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살았고 누나는 지금도 물론 행복하지만 토미가 그리워 가끔 웁니다.
얼마 전 토미 생일에 토미가 없어 슬펐고 보고싶었습니다. 생일축하가 뭔지 모르던 토미는 거추장스러운 고깔모자가 불편했고 빨리 고기케이크나 먹고싶었겠지만, 그래도 그때 찍어둔 사진을 보고 토미 생일을 추억합니다.
토미야 생일 축하해. 잘 태어나서 잘 살다 잘 갔어. 너의 삶과 죽음과 그 이후 모두를 사랑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