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안부
오늘 만난 사람이 강아지 안부를 물었습니다. 내가 얼마나 강아지를 아끼는줄 알만큼 가까운 사람은 곧잘 강아지 안부를 묻곤합니다. 그냥 묻는거겠죠. 내가 강아지를 많이 좋아하니까 내 강아지 얘기를 꺼내는거겠죠. 오늘도 고개를 못들고 강아지가 죽었다고 짧게 대답합니다. 눈물이 왈칵 찼지만 쏟아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위로받기 시작하면 진짜로 안멈춰버릴 눈물이라 애초에 꾹 참아버립니다.
물어본 사람은 또 얼마나 민망했을까요. 몰랐어요. 미안해요. 라고 말하는데, 아니에요. 괜찮아요. 라고 대답하진 못했습니다. 입에 밥이 있지만 괜히 한번 더 밥을 우겨 넣었습니다.
올겨울엔 한달에 한번씩 감기에 걸립니다. 강아지를 끌어안고 전기장판에서 일광욕하듯 잠들면 금방 나을 감기를 일주일씩 앓으며 강아지를 그리워합니다. 겨울이 되니 강아지의 따뜻한 촉감이 너무 그리워요. 토실토실해서 만질데도 많았던 스토미는 엉덩이가 유난히 예뻤어요. 엉덩이도 예쁘고 허벅다리도 예쁘고 납작하게 누운 강아지를 베고 누울수도 있었어요. 그러면 잠깐 머물다 콧소리를 내며 자세를 바꾸곤 했습니다. 움직이기 귀찮고 인간이 귀찮은 스토미였죠.
길가다 비슷하게 생긴 닥스훈트를 만났습니다.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보며 한참을 예뻐하니, 개주인께서 닥스훈트 사진을 잔뜩 보여주며 순하고 착한 강아지라고 칭찬합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닥스훈트가 사납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아마도 까맣고 길죽하게 생겨서 일종의 편견이지 않나 싶었습니다. 까맣다고 깜짝 놀라거나, 뚱뚱하다고 돼지같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불쾌할때가 있었습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쁘고 착한 닥스훈트를 만지작 거리다 뒤 돈 순간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내 강아지가 아니어서, 보고싶어서 하염없이 슬퍼졌습니다.
강아지는 그런 존재같아요. 내 몸뚱이의 일부였던것 처럼 구멍이 되어 남아있습니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이 구멍은 훗날 죽어서 날 기다리던 강아지를 만나면 채워지는걸까요. 그렇다면 죽는 순간이라도 활짝 웃을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날 지켜볼 강아지를 떠올리며 많은 것들을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강아지가 날 따스한 존재로 기억하도록 강아지 없는 세상도 잘살아야겠죠.
[2012년 10월 1살 스토미. 사진에 잡히지 않을만큼 신나게 꼬리를 흔들었구나 토미야. 또 쓰레기통 뒤졌니? 귀는 왜 뒤집어졌어? 그렇게 재밌어? 1살을 갓넘긴 토미는 엄청난 사고뭉치였지만, 그땐 이것도 한 때라는걸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