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란카운티
불쑥 생각나는 토미를 생각하며 여전히 찔끔찔끔 울며 지내네요.
뮤지컬을 봤습니다. [할란카운티]에서 가장 이타적인 인물은 라일리였습니다. 흑인이고 노예고 말을 못하는 언어장애가 있었습니다. 백인에게 학대받으면서도 백인을 모시던 답답한 인물이랄까. 그렇지만 라일리는 백인만 모신게 아니었습니다. 인종 구분없이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었습니다. 앞장서서 몸을 던지고 위험을 막고 사람을 구했습니다. 잘못한게 없어도 잘못을 빌었습니다. 그래서 죽었습니다. 총이 등장하자 라일리는 제일 먼저 앞으로 나가 총을 막았습니다. 순간적으로 이번에도 왜 라일리가 맨 앞에 있는거야! 생각한 순간, 쓰러졌습니다다. 라일리는 그렇게 죽었습니다. 이타적인 삶과 죽음.
노동조합운동 끝에 승리하는 뮤지컬이지만, 노동조합 일을 해서 그런지 그다지 감동적이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뮤지컬이 끝났고 커튼콜이 시작됐습니다. 주인공 다니엘이 먼저 인사했고, 쓰러졌던 라일리가 일어나, 갑자기 "다니엘!!!!!!!!!!!!!!!!!!!" 하고 다니엘을 불렀습니다. 말을 못하는 설정이라 뮤지컬 내내 수화만 하던 라일리가, 죽어서, 다시 다니엘을 만나서, 다니엘을 크게 부르는걸 보고 뜬금없이 눈물이 터졌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강아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죽으면 정말 내 강아지를 만날 수 있는 걸까. 그러면 그때 스토미가 "누나!!!!!!!!!"하고 큰 소리로 날 찾을까. 라일리와 스토미가 겹쳐보였습니다. 평생 이타적으로 살았던 라일리처럼, 내 강아지도 살아있는 내내 기쁘고 따뜻한 존재였으니까요.
스토미는 비둘기에게서 누나를 지키겠다고 몸은 던져 달리다 바닥에 코를 쳐박기도 했고, 누나를 괴롭히는 아빠를 깨물다 혼나기도 했고, 누나가 없을때만 다른 사람 옆에 간다며 구박을 받기도 했었죠. 그저 누나를 좋아했던 예쁜 강아지가, 죽는 순간 누나를 찾진 않았을까 걱정하다가, 아, 어차피 죽어버렸지 생각하곤 합니다.
아직도 '강아지 떠났어'라는 메시지가 악몽처럼 떠오릅니다. 스토미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요. 스토미는 땅속에도 있고 하늘에도 있겠죠. 어디에도 있는 스토미지만, 어디서도 만질수가 없네요.
꽤 자주 스토미가 꿈에 나옵니다. 얼마 전엔 꿈속에서 토미를 만졌습니다. 여전히 말랑하고 뜨끈하네요. 스토미는 참 여전하네요. 묵직하고 까맣고 귀엽고 보고싶고.
[하늘나라에서 이렇게 날 내려다보고 있을까? 2021년 4월 9살 스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