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2022년 4월. 그동안 잘 버텼지만, 결국 걸리고 말았다. 직장에서도 안걸린 사람을 헤아리는게 빠를 만큼 코로나19 감염자가 갑자기 늘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감염경로도 알수 없었다. 그냥 컨디션이 안좋다 감기에 걸리는 수순인줄 알았는데 혹시나 해본 검사에 양성이 떴다. 드디어 올게 왔구나.
생각보다 아팠고 생각보다 견딜만 했던 코로나19 격리 7일. 강아지와 하루종일 붙어있는 절호의 기회기도 했다.
벚꽃이 한창이던 때 하필 코로나에 걸렸다며 엄마는 밖에나가 벚꽃잎을 잔뜩 주워와 내 앞에 뿌렸다. 그리고 강아지랑 같이 신나게 벚꽃을 맞았다. 나만 신났던가. 강아지는 저 인간 왜저러나 하는 눈으로 바라봤던걸까. 먹을거 아니라고 실망했던걸까. 말똥말똥하게 뜬 눈이 참 예쁘게 나온 사진이다.
7일동안 방에 틀어박혀 강아지와 먹고 자고 놀았다. 물론 재택근무를 해야했지만 일하는 내내 옆에 강아지 숨소리가 들렸고 강아지 구수한 냄새가 났다. 언제든 고개를 숙여 개 발바닥에 코를 갖다 댈 수 있었다. 강아지가 죽고 제일 그리운 강아지 냄새를 실컷 맡았었다.
네덜란드 하이네켄 박물관에서 맥주 찌린내를 맡았을 때, 한참 안씻은 토미 냄새랑 비슷해서 다리에 힘이 풀려 한참을 울었다. 꼬리한 그 냄새가 어찌나 그리운지 지금도 닥스훈트 인형에 코를 갖다 대곤 한다.
내년에는 진짜 벚꽃 구경을 하자고 했건만 토미는
벚꽃이 피기 전 추운 겨울을 막 잘 견디고 죽었다. 그래도 작년에 우리 7일이나 살 부비고 같이 뒹굴거렸던 따뜻한 기억이 있다 토미야. 뜨끈한 토미 덕에 감기도 금방 낫고 구수한 냄새 덕에 후각도 멀쩡했고 뭐든 토미 덕분에 내가 잘 살았다. 토미가 없어도 토미 기억 덕에 또 잘 살자 다짐한다. 2022년 4월 11살 스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