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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토리 Jun 04. 2023

펫로스 일기3

예쁜거 좋은거

강아지가 죽던 날, 기가 막히게도 나는 네덜란드에 있었습니다. 강아지를 보러 달려갈 수도 없는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소식을 듣곤 주저앉아 울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루종일 울다 말다 반복하다 하루 이틀이 지났고 일상을 살게 됐지만, 아직도 힘들어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노을이 질 무렵이었습니다. 네덜란드 어딘가 한가로운 강가를 걷다 반짝반짝 빛나는 강물을 보며 강아지를 생각했습니다. 강아지도 없는데,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곤 나도 모르게 슬픈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연두색 새 풀이 자란 풀밭을 보며 강아지를 생각했고 알록달록 길쭉한 튤립들을 보며 강아지를 생각합니다. 따뜻한 햇빛, 푹신한 흙, 넓은 공원, 파란 하늘을 보며 강아지를 생각합니다. 우리 강아지랑 산책하기 딱 좋다. 이 햇빛 쬐며 우리 강아지 안고 한숨 자면 딱 좋겠다. 우리 강아지가 여기오면 시원하게 똥싸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그리움에 북받쳐 울음이 나버리곤 합니다. 예쁘고 좋은걸 나눌 강아지가 없다는 사실이 선명해지는 순간들입니다. 강아지 덕분에 내가 자연을 사랑하게 됐나봅니다.


이 예쁘고 좋은 날, 강아지만 빼고 나 혼자 햇빛을 걸으며 또 강아지를 생각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또 강아지를 생각합니다. 강아지가 있었으면 참 좋았겠다. 강아지가 죽은 후 예쁘고 좋은걸 보는게 참 외롭고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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