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와 매미
[스토미는 사냥개 출신이다. 비둘기를 보고 무섭다고 호들갑떨면 용맹하게 뛰어가 비둘기를 쫓고, 방충망에 매미가 붙거나, 샷시에 비둘기가 앉으면 절대 용서하지 않겠단 기세로 왕왕 짖는다. 한번은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면서 작은 쥐를 마주쳤는데, 너무 놀라 호들갑을 떨었더니 누나를 지켜주겠다며 쥐를 앙 물었다. 으아아아 더러워 스토미 하지마 라고 더 호들갑을 떨자 쥐를 뱉었다.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쥐가 다시 움직이자 스토미는 쥐 목을 콱 물어 다시 기절시켰다. 정말이지 내가 기절할 것 같았다. 이 날은 여름이 끝나 기운을 잃어 땅바닥에서 맴맴 울던 매미를 만난 날이다. 부르르 움직이며 시끄럽게 우는 매미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스토미는 매미를 한입에 왕 물었다. 길쭉한 스토미 입 안에 다 들어가지 못할 만큼 큰 매미였다. 매미를 먹을까봐 걱정했지만, 맛이 없었는지 얼마 후 매미를 뱉었다. 약간 축축해진 매미가 다시 우엥 하고 울자, 스토미는 매미를 다시 입에 물었다. 시끄러운게 싫었던 걸까? 방충망에 붙었던 매미를 기억하는 걸까? 똑똑하고 기특한 강아지. 떡 벌어진 어깨와 미간의 주름 살짝, 유난히 엄한 표정의 스토미를 보니 슬금슬금 웃음이 난다. 귀여워. 2019년 8월 8살 스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