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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 하는 독서

천지만물, 삼라만상이 책 아닌 것이 없거늘

by Magic Finger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고 누가 그랬던가. 어제는 인천에서 ‘서서 하는 독서’를 하고 돌아왔다. 인천은 근대 우리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곳이다. 쇄국을 고집하던 우리나라가 일본의 힘으로 강제로 문을 열게 된 역사적 장소인 개항지 인천. 지정학적으로 아주 중요한 도시임에도 나는 인천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고 지리적으로도 아주 가까운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인천을 가본 적이 그다지 많지 않다.


이번에 가서는 인천 역사문화의 거리를 둘러보며 인천역사 자료관, 제물포 구락부, 근대건축 전시관, 개항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거리를 돌아다니며 당시 인천에 지어진 근대 건축물들이 제법 많이 그대로 남아 있어 매우 놀라웠다. 그 건물들은 박물관으로 개조해 내부를 살펴볼 수도 있었고 용도가 바뀌어 외관만 볼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지금은 사라져 모형으로만 볼 수 있는 건물도 있고 다시 복원 중인 것도 있었다.


박물관을 다니며 건물 내부를 살펴보니 당시의 시대상이 머릿속에 스스르 그려지며 마치 시간 여행이라도 한 듯하다. 당시 건물들의 모형을 보면서 우리나라에 거주한 외국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생활했으며 어떤 외국인들이 거주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었고 더불어 우리 선조들이 겪었을 애환이 함께 밀려왔다. 간혹 박물관의 설명이 부족해 아쉬운 부분도 물론 있었다.


근대 문학관은 인천이 아무래도 근대 역사의 중심지이다 보니 그런 의미에서 마련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인천 출신의 문학가들의 이야기나 문학 작품에서 인천이 어떤 모습으로 담겨있는지를 다룬 비중보다는 전반적인 근대 문학사에 대한 설명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우리나라의 근대 문학사에 대해 이곳 근대 문학관을 돌아보며 새록새록 옛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예전에 학교에서 국사시간에 배웠던 역사적 사건들, 국어 시간에 배웠던 문학 작품들과 작가들, 그리고 문예 사조. 수업 시간에 그토록 마르고 닳도록 듣고 쓰고 했건만 어느새 멀어져 낯설게만 느껴졌다.


나는 근대 문학관을 둘러보며 한국 문학사에 관한 한 편의 독서를 했고 인천의 거리를 다니며 과거 근대 역사책을 읽은 셈이다. 교실에 앉아 그저 글자로나 듣던 사실들을 이렇게 직접 돌아보니 얼마나 더 이해하기 쉬운 지, 그저 책상에 앉아 종이 위에 찍힌 글자로만 이해하도록 강요하는 현실이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고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무조건 책을 펴들도록 강요하는 일이 얼마나 따분한 일인지 새삼 생각이 든다.


독서라는 것은 지식을 얻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는 짧은 삶을 살면서 모든 경험을 다 할 수는 없다. 책을 읽으며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서는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통로이므로 이렇게 박물관을 둘러보거나 유적지를 방문해보고 역사의 현장을 몸으로 느끼며 선조들의 희로애락을 함께 느껴보는 것 역시 훌륭한 독서가 아닐까.


문득 책에서 보았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세상의 모든 것들에서 우리는 배울 수 있고 지식을 얻을 수 있음에도 우리는 너무 글자로 읽는 독서에만 집착하는 것 아닌지 돌아본다. 글자로 된 독서에만 가치를 부여하고 어린 학생들에게는 글자로 된 독서만 무조건 강요해 아이들이 독서를 더멀리하게 되는 것 아닌지 묻고 싶다.


꼭 문자로 된 종이책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이 독서가 아니다. 삼라만상이 다 문자요 책이다. 삶이 곧 독서다. 죽은 지식, 아집과 편견만을 조장하는 지식은 지식이 아니라 독이다.
정민의 <미쳐야 미친다 > 에서


오늘 인천을 관광하고 돌아오면서 다시금 ‘서서 하는 독서’에 대해 생각해본다. 글자로 된 책에서만 길을찾지 말고 책으로 익힌 것들을 여행을 통해 직접 경험해본다면 그 지식들은 한층 깊어질 것이다. 독서라는 것에 대해 좀더 입체적으로 접근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앉아서 하는 독서에만 매달리지 말고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티브이를 통한 방법도 포함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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