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와 글

책과 마주한 첫인상

책과 처음 만난 그 순간이 독서 욕구를 좌우한다

by Magic Finger

원자 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의 평전이 출간되었다는 북섹션의 새 책 소개글을 보며 당장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의 심리가 늘 궁금했던 터였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리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으나 책은 늘 대출 중이었다. 결국 한달여가 지나도록 책을 연체한 알 수 없는 독자에 대해 약간의 분개를 표하고는 기다림에 지쳐 결국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주문했다. 오펜하이머의 얼굴이 가득 찬 책 표지를 보며 한껏 기대에 차서 구매 버튼을 눌렀다.


그러고는 헉! 며칠 후 책을 받아들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집으로 배송된 책을 확인하고는 내 마음 속에 밤톨만큼 남아 있던 도서 연체자에 대한 분개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저 그 미지의 사람에 대한 이해와 감정이입만이 남았다.

인터넷 서점의 책 정보에 분명 책의 분량이 나와 있었을 테고 책 가격으로도 책의 분량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음에도 나는 간과하고 말았던 것이다. 대략 육 센티미터의 두께에 천 쪽에 달하는 분량이다. 나는 책 두께에 할 말을 잃었고 책을 받아 들었을 때 나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안겨주었다.




나를 축구의 길로 인도한 최군이 건넨 <축구란 무엇인가>. 역시나 최군은 축구에 대한 책들에 대해서도 정통하고 있었으니, 초보자인 내가 축구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을 만한 책을 추천해준 것이다. 하얀 바탕에 축구공 하나가 한가운데 떡하니 찍혀 있는 깔끔하고 명료한 책 표지. 이 표지만 보아도 두 말할 필요 없이 이 책이 축구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책임을 알 수 있다.


책 표지는 내 취향을 완벽하게 만족시키는 디자인이다. 독일 원서는 어떨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검은 바탕에 축구화와 축구공이 있는 게 우리나라 출판본이 훨씬 깔끔하고 세련되었다.




북디자인은 책에 대한 첫 인상을 결정한다. 첫인상을 좌우하는 요소들은 많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면, 키, 생김새, 표정, 말투 여러 요소들이 첫 인상에 관계하는 것처럼, 표지 디자인, 책등, 띠지 색상, 등등이 서로 상호작용하지만 그래도 표지 디자인의 영향력이 가장 큰 것 같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와 <축구란 무엇인가>는 나에게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두 권이다. 아마도 누구에게나 강렬한 인상을 준 책들이 한두 권 쯤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책들이 모이면 어마어마한 양이 될 것이고. 이런 훌륭한 표지 디자인을 위해 지금도 북디자이너들은 어딘가에서 애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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