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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문학을 좋아하는데 사실은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by Magic Finger


지난 주 일요일 연극 <백치>를 보고 왔다. 러시아 문학이 늘 그렇듯 음침하고 비극적이었다. 집에 돌아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문학을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지만 막상 무엇을 읽었는지 꼽아보자니 정작 읽은 것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문학은 음울하고 장편에 비극적 결말을 맺는다는 이유로 자꾸만 미뤄뒀고

일본 문학은 원서로 읽어야지 하면서 우리나라 도서관에서는 일본 원서를 빌릴 수 없기 때문에 거의 읽지 못했다.

영미 문학은 나중에 영어를 마스터한 뒤에 읽어 야지 하다가 자꾸만 뒤로 밀렸고 그나마 몇 권 읽은 책들도 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

프랑스 문학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이 유행할 때 나도 프랑스 문학을 좀 읽어볼까 하며 제목만 훑어보고는 잊혀졌고

독일 문학은 “괴테”라는 두 글자 말고는 아는 것이 전무하다.

그 밖에 다른 외국 문학이야 말해 무엇하리.

그나마 밤낮으로 사용하는 우리말로 된 문학 작품은 내가 가장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성석제 작가”의 소설 한두 권을 읽었을 정도다.


그렇다. 나는 그동안 착각에 빠져 살았다. 그래서 다시금 확실하게 결론을 내렸다.


“나는 문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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