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나니,,,전도서
나는 소설의 인물 창조에 관심이 많다. 한 명도 아니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얽히고 설킨 인물들을 창조해낸다는 것이 엄청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인물은 어떻게 창조해냈을까, 나는 늘 소설을 읽으며 찬탄의 소리를 내곤 한다. 그런데 인물 창조에는 대부분 모델이 있다.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어떤 인물을 밑바탕으로 삼는다.
나라면 어떤 인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사람 저 사람 뜯어보며 곰곰히 생각해보지만 역시나 만만치가 않다.
코난 도일은 자신의 스승인 에든버러 왕립병원의 벨 박사를 모델로 셜록 홈즈를 만들어냈다. 벨 박사는 평소에 환자들의 사소한 버릇이나 행색을 보며 질병 뿐 아니라 직업과 성격까지도 알아맞추었다고 한다. 코난 도일은 이런 특별한 재능에 감명을 받은 것 같다. 아마도 그래서 이런 모습을 모델로 삼아 셜록 홈즈를 명탐정으로 탄생시켰고 과거의 탐정들보다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범인을 추적해 가도록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셜록 홈즈의 외모가 벨 박사의 옆모습과 흡사했다는 점은 흥미롭다.
통조림 공장 골목의 닥은 해양학자 에드 리케츠를 모델로 했다고 헌사에 나와 있다. 나는 통조림공장 골목을 읽으며 닥이 참으로 해괴한 일을 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하며 어떻게 이런 일을 하는 인물을 생각해냈을까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이런 행동들은 에드 리케츠가 평소에 하던 일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사람 좋은’ 닥의 성격을 차용했을지도 모르지만.
심훈의 <상록수>에서 주인공 박동혁은 자신의 조카 심재영을 모델로 쓴 것이며 채영신은 우연히 신문기사를 통해 읽은 최용신이라는 인물을 -우연히 신문기사를 통해 야햑과 같은 활동을 한다는 내용을 읽고- 여자 주인공의 모델로 삼았다고 하는 얘기는 유명하다. 소설 속에서 두 사람은 연인 관계지만 실제로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다.
마크 트웨인이 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인 톰 소여, 허클베리 핀, 베키 대처 등 모두가 세인트피터즈버그 마을에서 실제로 존재했던 인물들이었고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장발장은 유진 프랑수아 비도코라는 인물이 모델이라고 한다. 전과자였으나 이후에 크게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처럼 소설 속 등장인물과 실제 인물에 얽힌 이야기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 이유는 소설 속 인물들이 완전하게 작가의 머릿속에서 창조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고 인간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낼 수 없다. 작가는 주변 사람들 중에서 특징적인 모습을 모델로 삼아 등장인물을 새롭게 재창조한다. 소설이라는 것이 있을 법한 이야기를 만들어낸 허구라고 하는 소설의 정의처럼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모습을 빌어서 있을 법한 인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오가와 요코가 <이야기의 역할>에서 말했던 것처럼 작가가 머릿속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이야기들을 찾아내어 그것들을 매끄럽게 엮어내는것이다.
作家は特別な才能があるのではなく、誰もが日々日常生活の中で作り出している物語を、
意識的に言葉で表現しているだけのことだ。
(작가는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나날이 일상생활에서 만들고 있는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말로 표현할 뿐이다)
ストーリーは作家が考えるものではなくて、
実はすでにあって、それを逃さないようにキャッチするのが作家の役目である。
(스토리는 작가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을 놓치지 않고 잘 포착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다)
이야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소설 속의 등장인물 역시 작가가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주변 인물들의 특성을 선별해서 새로운 인물로 변화시켜나간다. 이렇게 작가의 능력은 개성 있는 성격과 특성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것이며 주변의 많은 사람들 중에 개성을 포착해내는 것이 작가의 능력, 역량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스토리텔링의 대가인 토끼 같은 우리 조카는 세 살부터 많은 수작을 완성했지만 특히 일곱 살 즈음에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다. 그때 완성한 대표작이 <똥이 굵은 소년>과 <라면 머리 아줌마>인데 이 작품들의 주인공들은 명백한 모델이 존재한다.
<똥이 굵은 소년>은 평상시 응가 활동에 난항을 겪었던 동생을 모델로 하였고 <라면 머리 아줌마>는 늘 퍼머 머리를 한 할머니를 모델로 한 것이다. 역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더불어 나는 여태 해내지 못한 인물 창조를 우리 조카는 일곱 살에 해내다니 대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