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세계, 책 속 세계
책 속 세계로 떠나는 여행
by Magic Finger Dec 3. 2020
현실 세계, 책 속 세계
kertesz's timeless images of people transported to another world by the intimate process of opening a book or newspaper return to print not a moment too soon.
--- <On Reading> Preface to the New Edition 중에서 ---
앙드레 케르테츠의 사진집 <On Reading>은 내가 매우 좋아하는 책이다. 사람들이 책 읽는 모습을 모아둔 사진들로, ‘독서’라는 화두는 언제나 내 관심을 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전시회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케르테츠의 사진 아래 쓰여 있던 문구는 내 뇌리에 콱 박혀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독서는 책 속 세계와의 만남이며 현실과의 단절이다.’ 대략 이런 내용의 문구로 기억한다. 책을 읽는 사람의 물리적인 신체는 현실 세계에 있지만 독자의 의식은 책 속 세계로 들어가 있다. 독서가 여행에 비유되는 점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일상을 사는 현실에서 완전히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이 여행이라고 할 때 독서는 독자의 의식이 일상을 사는 현실에서 전혀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현실 세계와 책 속 세계는 만날 수 없다. 두 세계는 오로지 독자에 의해 매개되고 현실 세계와 책 속 세계의 유일한 접점은 독자이다. 독자가 책을 펼쳐서 그 세계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책 속의 세계는 존재하지 못한다.
독자의 의식이 책 속 세계로 들어갔을 때 책 속 세계를 전지전능하게 바라볼 수도 있지만 동질감을 느끼는 어떤 인물에 투영되기도 한다. 그 인물이 주인공일 수도 있고 주변 인물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타인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통해 상대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 이것 역시 독서가 주는 잇점이다.
또한 책 속 세계에서는 책 속 세계의 규칙을 따르며 책 속 세계의 가치관에 맞게 사고하며 책 속 세계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책 속 세계의 규칙을 따르다 보니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을 책 속 세계에서는 해낼 수 있게 된다. 책 속 세계에서 이룰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하다.
독자가 책 속 인물로 다시 태어나 무한한 경험을 하면서 꿈을 꿀 수 있게 되고 신나는 모험도 가능하다. 성말구가 되어 소시민으로 살기도 하고 그르누이의 유모가 되어 냄새 없는 아이를 만나보기도 한다. 해리 포터가 되어 마법을 부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네빌 롱바텀이 되어 실수투성이의 소년이 될 수도 있다. 뫼르소의 같은 층 이웃인 살라마노 영감이 되었다가 형무소 안에서 울부짖는 뫼르소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책 속 세계를 경험하면서 위안을 얻고 감동을 받고 때로는 해결책을 찾을수 있게 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점은 책 속 세계가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서로 전적으로 다른 세계지만 닮은 꼴의두 세상. 나는 오늘도 책 속 세계로 여행을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현실에서 해보지 못한 신비로운 일들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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