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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는 것, 안다고 생각하는 것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by Magic Finger

안다는 것, 안다고 생각하는 것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이하여 다양한 기념 전시회가 열렸다. 그 중에 하나가 롤랑 바르트 사진전이었다. 이것은 롤랑 바르트의 학문적 이론을 바탕으로 이와 관련된 사진들을 전시한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바르트의 책들을 여러 권 읽었지만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전시회를 보며 좀더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를 했다. 하지만 도리어 바르트의 책을 좀더 이해하고 왔더라면 이 전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마음 속에 샘솟았다.



때마침 해설사의 설명이 시작된다고 하여 들어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해설사 앞에 모여 들었다. 친구들끼리 온 아주머니들, 젊은 커플 여러 쌍, 그리고 나였다. 설명을 듣는 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설명을 듣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 이 사람들은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니. 고개를 끄덕이는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느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궁금해졌다.



글짓기 모임에 나간 적이 있다. 각자 써온 글을 읽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의 고민거리, 경험했던 일, 새롭게 깨달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감하기도 했고 다른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또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 마음, 저도 잘 알아요’ 라는 말을 자주 했다. 우리 모두 그렇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나는 이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글을 읽으며 얼마나 이해하고 스스로 얼마나 이해했다고 믿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내가 쓴 글을 읽으며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손가락 님이 쓴 글들의 층위들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그러니까 내가 쓴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글 속에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가 한 말에 조금 놀랐다.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이해하는 것들 속에서 자신이 읽어낼 수 없는 부분들까지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다는 것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데 그는 그 사실 알고 있었다.



안다는 것과 안다고 믿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알양을 보면서였다. 알양이 인생에 대해 늘어놓는 말들은 인생을 열 번은 더 살아보았을 법한 휘황찬란한 언변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심사숙고한 성찰이나 숱한 경험을 통해 나온 말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그 뒤로 그의 말들을 한 발짝 물러나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가 정말로 알고 있는 것과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나 역시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 진정으로 알던 것이 아니었음을 느낄 때가 자주 있다. 어떤 사실에 대해 잘 안다고 여기던 것을 어느 날 정말로 이런 뜻이었음을 한층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 끊임없이 생긴다. 이렇게 천천히 하나하나 더 깊게 알아가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게 되나보다. 그리고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철학자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끊임 없이 의심하라고 우리에게 그렇게 말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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