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다는 것, 안다고 생각하는 것
아는 것과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by Magic Finger Jan 3. 2021
안다는 것, 안다고 생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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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이하여 다양한 기념 전시회가 열렸다. 그 중에 하나가 롤랑 바르트 사진전이었다. 이것은 롤랑 바르트의 학문적 이론을 바탕으로 이와 관련된 사진들을 전시한 것이다.
나는 그때까지 바르트의 책들을 여러 권 읽었지만 아무리 읽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전시회를 보며 좀더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를 했다. 하지만 도리어 바르트의 책을 좀더 이해하고 왔더라면 이 전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그런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마음 속에 샘솟았다.
때마침 해설사의 설명이 시작된다고 하여 들어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해설사 앞에 모여 들었다. 친구들끼리 온 아주머니들, 젊은 커플 여러 쌍, 그리고 나였다. 설명을 듣는 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설명을 듣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설명을 듣고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나는 계속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 이 사람들은 이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듣다니. 고개를 끄덕이는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느끼기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일까. 나는 그것이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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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기 모임에 나간 적이 있다. 각자 써온 글을 읽으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신의 고민거리, 경험했던 일, 새롭게 깨달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공감하기도 했고 다른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또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 마음, 저도 잘 알아요’ 라는 말을 자주 했다. 우리 모두 그렇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면서. 나는 이 사람들이 다른 이들의 글을 읽으며 얼마나 이해하고 스스로 얼마나 이해했다고 믿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내가 쓴 글을 읽으며 마지막에 이런 말을 덧붙였다. 손가락 님이 쓴 글들의 층위들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할 것 같다고. 그러니까 내가 쓴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부분도 있지만 글 속에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가 한 말에 조금 놀랐다.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이해하는 것들 속에서 자신이 읽어낼 수 없는 부분들까지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안다는 것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데 그는 그 사실 알고 있었다.
안다는 것과 안다고 믿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알양을 보면서였다. 알양이 인생에 대해 늘어놓는 말들은 인생을 열 번은 더 살아보았을 법한 휘황찬란한 언변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심사숙고한 성찰이나 숱한 경험을 통해 나온 말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그 뒤로 그의 말들을 한 발짝 물러나 받아들이게 되었고 그가 정말로 알고 있는 것과 스스로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나 역시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 진정으로 알던 것이 아니었음을 느낄 때가 자주 있다. 어떤 사실에 대해 잘 안다고 여기던 것을 어느 날 정말로 이런 뜻이었음을 한층 더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순간이 끊임없이 생긴다. 이렇게 천천히 하나하나 더 깊게 알아가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게 되나보다. 그리고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느 철학자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끊임 없이 의심하라고 우리에게 그렇게 말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