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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gic Finger Sep 24. 2022

가장 빠른 길


가장 빠른 길


수원종합운동장에 축구 경기가 있어서 수원을 가게 됐다. 공교롭게도 우리집에서 수원까지는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대중교통이 없어 가는데 제법 시간이 걸리는 편이었다. 우리집에서 수원종합운동장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수원역으로 가서 버스를 타는 방법이 가장 간단하고 빨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원역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왠지 대단히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수원역을 거치지 않고 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물색했다. 마침내 수원의 어느 동네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가는 경로를 찾아냈다. 


문제는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떻게든 집으로 빨리 가겠다는 생각으로 나는 수원역이 아닌 다른 지하철역으로 가는 버스에 나도 모르게 뛰어올랐다. 가만히 눈치를 보니 그 역까지 여기저기 아파트 단지를 빙빙 둘러서 간다는 것을 감지했고 그래서 다른 버스를 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운전 기사 아저씨에게 물었더니 수원역으로 가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지만 내 머릿속에는 수원역을 갈 수 없다는 생각으로 꽉 차 있던 탓에 또다시 버스에서 내려 다른 지하철 역으로 가는 버스를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 지도를 검색하고 전광판을 보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밤이 짙어지면서 버스들은 세워주지 않고 지나가기 시작했고 나는 조금씩 초조해졌다. 이때라도 내가 수원역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어야 하건만 그때도 여전히 수원역으로 갈 수 없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다. 


결국 집과 가까운 역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동네방네를 다 빙빙 둘러가기 시작했고 이러다가 지하철이 끊어지겠다는 초조함이 또다시 밀려왔다. 결국 나는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지하철을 탔고 집에 도착했을 때는 수원역에서 지하철을 탔다면 벌써 도착했을 시각보다 훨씬 늦어 있었다. 


나의 얕은 지식만 믿고 지름길로 오려다가 되레 돌아오고 만 것이다. 내가 아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큰길로 단순하게 가는 방법이 가장 지름길이었는데도 말이다. 


우리의 삶도 이렇지 않을까. 우리는 가장 빠른 시간에 목표에 도달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지식 안에서 가장 빠른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지만 지나치게 머리를 쓰다가 결국에는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정통, 정석대로 하면 벌써 목표에 다다랐을 것을 짧은 지식으로 머리를 굴리다가 되레 늦어지고 손해를 보곤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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