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13
요며칠 만사가 귀찮아서, 사실은 하루이틀 귀찮았던 것도 아닌데, 사람들 말에 대꾸하기가 싫어
카톡에 대답도 않고 문자도 씹고 이메일 온 것도 답도 안 쓰고 전화벨 소리를 무심히 듣고 넘겼다.
귀찮다는 말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더니
귀찮다는 말 대신에 마음이 온통 무심해질 뿐이었다.
읽고 있는 책들에게도 시큰둥하게 글자나 눈으로 훑어갈 뿐이고
방 한 구석에 널브러져 있는 걸레를 보고도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없다.
오늘은 카톡을 보냈던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메시지를 씹었는데 전화라도 해줘야지.
진작부터 차 한 잔 하자고 했는데 그냥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구부정해진 마음이 펴질 줄을 모른다.
가을이라 더더욱 움츠러들 기세인데 이 가을을 어떻게 보낼지
어차피 시간은 흘러가게 마련이니 흐르는 시간들을 그냥 내버려둔다.
그렇게 나는 늙어갈 것이다.
자꾸만 움츠러드는 마음 그대로, 친구들 연락에도 시큰둥하게,
미칠 듯이 사랑했던 일에도 등을 돌리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