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
우리는 책을 권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읽어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고 또 책을 읽는 것은 칭찬 받을 일이었다. 반면에 TV를 보는 것은 잘못하는 것, 나쁜 행동이라는 분위기에서 자랐다. 그렇게 영문도 모른 채 독서는 무조건 좋은 것이고 TV는 나쁜 것으로 머릿속에 각인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독서를 해야 하는지, 독서는 왜 유익한 것인지 한 번쯤은 짚어가야 하지 않을까.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 이 물음에 대해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답을 기대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 같다. 왜냐하면 책은 창조력의 밑바탕이며 지식의 보고인 반면에 TV는 상상력을 파괴하며 사고능력을 뺏는다고 틀에 박힌 문구를 늘어놓을 것이 뻔하니.
책과 TV는 엄연히 다른 성질의 매체이며 다른 감각기관을 사용하는 소통의 도구이다. 인쇄물은 활자매체로 시각이라는 한 가지 감각만 사용하는 평면적인 매체이고 이성적이면서 능동적인 사고를 하게 만든다. 영상물은 영상 매체로 시각과 청각 두 개의 감각기관을 사용하는 입체적인 매체이며 감각적, 수동적으로 사고를 하게 한다.
두 매체는 제각각의 특성을 지닌 여러 매체들 중에 두 가지임에도 어째서 한쪽의 우열을 가리려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일까. 책 읽기는 좋고 TV 보기는 나쁘다고 이분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음식을 먹을 때 골고루 먹어야 하듯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말고 균형 있게 두 매체를 이용할 줄 알아야 현명한 행동이라 생각한다.
내가 책 읽기에 경지에 이른 사람은 아니지만 얕게 나마 책을 읽으며 생각한 것들이 있다. 그것을 정리해보면 대략 이렇다. 책을 읽는 과정은 세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에서 ‘무엇을 읽는가’, 둘째 단계에서는 ‘왜 읽는가’, 마지막 단계에서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이다.
이제 막 책읽기를 몸에 익힌 사람은 무엇을 읽을까를 고민한다. 책을 읽는 행위가 몸에 익지 않은 사람들은 서가에 꽂힌 수많은 책들 앞에서 한숨을 짓게 된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까, 소설, 인문서, 과학서, 실용서 수많은 책들 중에 고민한다. 그러다가 가장 쉽게 손이 가는 곳이 이른바 “베스트셀러”이다. 이런 식으로 한두 권씩 점점 많은 책들을 접하다 보면 어느새 자기만의 독서 스타일이 생긴다.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찾아 읽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책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그러면서 알고 싶은 것들도 많아지고 오래 되새김질해야 할 책과 살짝 맛만 보아도 될 책을 구별할 수 있다. 무엇을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는 자기만의 독서 스타일이 굳어지기 전까지의 단계이다. 활자의 맛을 알게 되면 이때부터는 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책을 고를 때 세 가지를 고려한다. 먼저, 저자가 누구인가. 어떤 내용의 책인가 즉 무엇을 다루었는가, 한 마디로 주제다. 그리고 세 번째가 책의 분량이다. 여기서 분량을 고려한다는 것은 얇은 책만 읽겠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 내 기분이 얇은 책을 읽을 상태인지, 아니면 두꺼운 책을 읽고 싶어하는지에 맞추어 고른다는 뜻이다.
오늘날은 정보의 홍수 시대라고 할 만큼 읽을거리가 넘쳐난다. 넘쳐나는 읽을 거리를 다 읽을 수도 없고 다 읽을 필요도 없다. 효율적으로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읽어야 한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이 단계가 지나면 우리는 왜 읽어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사람들은 재미 삼아 책을 읽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식을 얻기 위해서, 지적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일 것이다. 여기에는 지적 허영도포함한다. 우리나라 독자들은 특히 더 지식을 쌓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 같다.
나에게 책 읽기는 일상이자 휴식이다. 한창 바쁘게 일을 하다가 머리가 뻣뻣해질 때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머리가 풀리면서 부드러워지는 느낌이 든다. 눈이 몹시 피로해 나무들을 쳐다보면 피로가 싹 가실 때 그런 느낌처럼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해질 때 책을 읽으며 마음의 휴식을 갖는다.
정신 없이 일을 하고 나면 내 안에 있던 것들이 다 빠져나가고 머릿속은 텅 비어 버린다. 마치 배부르게 먹었어도 바쁘게 움직여 에너지를 다 소비하면 체력이 바닥나듯이 말이다. 그러면 허기를 달래듯 나는 빠져나간 생각들을 다시 채우기 위해 책을 읽는다. 이때 책이 두뇌의 양식이며 마음의 양식임을 새삼 확인한다. 오래 책을 읽지 않으면 책이 읽고 싶어진다. 누구나 밥을 오래 안 먹으면 배가 고프듯이 머릿속에 허기를 느끼면 책을 펴 들게 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읽으라니까 읽어왔다. 책 읽기를 권장하는 어른들조차 책을 읽지 않으면서, TV만 보면서, TV를 보는 것을 마치 나쁜 짓 인양 말하기도 한다.
나는 내가 왜 책을 읽는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문학을 읽으면서 낯선 세상으로 들어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모험을 즐긴다. 소설 속에서 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고 시를 읽으며 영롱한 언어미를 맛본다.
사회과학서를 읽으며 세상을 더욱 분석적으로 이해하는 법을 배워 세상에 대한 깊이를 더할 수 있고 과학서를 읽으면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우며 신비로운 자연 세계를 한층 깊이 이해함으로 상상의 폭을 더 넓게 만드는 기회를 얻는다.
다음 세 번째 단계는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다. 나는 요즘 어떻게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중이다. 지금까지는 권수 채우기에 급급해 깊이 되뇌기보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는데 열중하던 것이 내 독서 스타일이었다.
앞으로는 더욱 효율적으로 독서를 하기 위해 때로는 건너뛰며 읽고 군데군데 골라 읽기도 하고 깊이 생각해야 할 부분은 여러 번 되뇌어 읽거나 비슷한 내용의 부분들은 서로 비교하며 읽어가려고 한다. 책을 얼마나 읽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읽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나는 논리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를 하기 위해 현명하게 책을 읽는 방법을 궁리하고 있다.
세상의 어떤 일이든 즐기며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특히 독서는 자신만의 즐거움을 마음껏 만들어 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방법으로 즐겁게 독서의 목적을 이뤄갔으면 한다. 물론 즐거움 자체가 독서의 목적일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