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유회

흐르는상념32

by Magic Finger


공원에서는 야유회가 한창이었다. 뜨거운 여름 날의 야유회.

봄이라는 말에는 완연한 봄기운이라는 상투적인 문구가 늘 따라다니듯이

여름이라는 낱말에는 싱그럽다든다가 설렘, 이글거리는 태양, 이런 문구를 상투적으로 사용한다.

이날은 여름이었음에도 이글거리는 태양은 온데간데 없고 하늘은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공원은 야유회를 나온 사람들로 북적댔고

여름이라는 말에 걸맞게 왁자지껄 생기가 넘쳤다.


이날 내 마음은 적적했다. 가을에나 어울리는 세 글자. 적적함.

나는 길을 잃었다. 목표를 잃었고 더 이상 내달릴 곳이 없어졌다.

내가 바라보던 곳은 신기루였고 내가 가던 목적지는 허상이었다.

기다린다는 것은 설레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한 일이다.

또한 기다리던 것이 사라졌을 때는 그저 허탈감과 공허함에 빠져 진공 상태에 내몰린다.


나는 한 시간 가량 공원을 어슬렁거렸다.

하늘에 잔뜩 낀 구름 때문에 날을 회색빛이었고 공기는 축축했다.

공기 중에 물 알갱이가 내 마음까지 적셨는지 내 마음도 물기를 머금고 축 처졌다.

나는 이날 생일 쿠폰으로 산 빵과 생일 쿠폰으로 받은 커피 한 잔을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집으로 향했다.

축 처진 나를 기다려주는 집이 있다는 것이 내 적적함에 대한 유일한 위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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