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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카고 라디오 Jan 04. 2022

A 교수님의 영어

2021년 9월 18일에 쓴 글


응용수학을 전공한 A 교수님는 중국 상하이 출신의 여성이다.

전문지식은 물론이며 영어도 유창하게 잘 하는 분이라 강의 내용이 막힘 없다.

더구나 같은 아시안으로서 A 교수도 나를 편안하게 대하고 질문하면 무엇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고 먼저 미팅을 잡고 알려주시기까지 하니 학생으로서 이런 복이 어디 있나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A교수의 유창한 영어는 중국어 악센트가 강하게 베어 있다.

교수님에게 호감이 큰 나에게도 2시간 동안 어려운 내용을 듣다 보면 온 신경을 모아서 주의 깊게 들어야 하는 점이 힘들게 여겨지곤 한다. 이러한 나의 솔직한 심정은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인간' 이 되고 마는 문제가 있다. 더구나 내가 영어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 아닌가. 사실 나도 내 주제에 이런 말이라니 정말 얼척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경험은 역으로 내가 영어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하게 만들었기에 의미 있다. 어차피 나도 내 엑센트를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내 말이 그나마 들리도록 이야기를 하기 위해 난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


7월에 D할아버지를 만났을 때 할아버지는 나에게 영어로 너무 빨리 말하려고 하지 말고 오히려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천천히 말하라고 조언하셨다. 그것은 네이티브 스피커인 본인도 그렇게 한다며 듣는 사람이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슬쩍 만들어 주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덧붙이셨다.  D할아버지는 예전에 나에게 무료로 영어를 가르쳐 주시던 분이다.


몇 년 전, 작은 애가 학교에서 소풍갈 때 자원봉사 겸해서 한 그룹을 맡아서 다녔던 적이 있다. 그 때 나와 함께 그 그룹을 이끈 C 가 요즘 생각났다. C 는 응용수학을 전공했고 나처럼 (같은 교수님은 아니지만) 한 중국인 교수의 수업을 들었고 지금 내가 공부하는 학교에서 석사를 마친 미국인 이다.


C는 나에게 소풍 날, 대학원에서의 경험을 이야기 하며 수업을 들어도 이해할 수 없어서 혼자 다시 책을 보고 공부해야 했는데 왜 내가 비싼 학비를 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C의 이야기는 직설적이지만 어투는 너무도 친절했고 본인이 그렇게 느꼈다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 때는 C의 말을 들으면서 뭐 저렇게까지 힘들었을까? 생각했고 나도 영어가 유창하지 않은데 지금 내 말을 들으며 이 사람은 정말 무슨 생각을 할까? 싶었다. 그런데 내가 C와 같은 상황이 되어 겪어 보니 힘들다. 그렇지만 이 경험의 가치는 그냥 이제와서 C를 이해하게 되었다 - 는 것이 아니다.


시카고 생활을 20년 쯤 한 내 친구 Y가 솔직히 말해서 요즘은 자기 귀에 잘 안들리면 그냥 듣지 않는다고 말하며, 외국인의 영어에 피로를 느끼는 미국인들에 대해 살다 보니 이해하게 되었다고 어제 전화 통화할 때 내게 말한 것이다. 친구 Y는 남편의 영어를 교정해 준다. Y의 남편은 유능한 직업인이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출신이다. 그의 목표는 승진인데 그런 그에게 직설적이며 솔직한 상사가 말했다. "실력은 충분한데 영어가 부족하다. 승진하고 싶으면 영어 실력을 쌓아라. 발음을 교정해라. 네 말을 알아 듣기 힘들 때다 많다."

이 후, 영어와 한국어 통역을 업으로 하는 Y는 남편의 영어를 교정하는데 관심을 기울인다. Y의 남편은 그 피드백을 듣고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승진을 위해 박차를 가한다.


그런데 사실 나는 그와 대화하며 그의 영어 실력이 상당하다고 생각했다. 말의 빠르기, 어휘의 선택 등이 외국인으로서 정말 많이 연습하고 노력했으며 집에서 영어만 사용하는 가족이니 평소 환경도 도움이 되겠구나 생각했다. 그런 그도 상사의 아픈 피드백을 피할 수 없었다.


누군가 솔직하게 내 영어 스피킹에 대해 피드백을 준다면 뭐라고 말할까.
나는 답을 알고 있다.



        9월에 쓴 글을 새 해 1월에 올리며 어쩔 수 없이 나는 영어 공부 다짐을 하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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