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른 아침,
친구 S 를 만나서 함께 걸으며 지난 한달 가까운 기간 동안 공부를 하며 느낀 점에 대해 짤막하고 솔직하게 이야기 했다.
아마 내 돈 내고 시작 했다면
바로 그만 두었을 거야.
호기롭게 이 학교에 지원한 과거의 나는 누구였을까.
정말 알 수 없다.
내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말이다.
이런다고 내 인생에 무슨 좋은 일이 있을 것도 아닌데 왜 그랬니 이 바보야.
과거의 나를 끝없이 원망했다.
아이들을 키운 지난 시간 동안
나름대로 부지런히 살아왔다.
복잡한 뉴스와 분석 기사 그리고 원서도 읽었고 지금 공부하는 분야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으려 했다.
그렇지만 정해진 기간 내에 혼자서 꽤 많은 분량의 책 읽을 읽으며 '혼공' 과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며
그 결과에 대해 평가받는 일은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꽤 컸다.
지난 9월 4일은
수강을 포기하거나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짜였다.
그날까지 포기할 경우 학교에서는 학비를 되돌려 준다고 써 있었다.
학비는 한번도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이미 지불 완료 된 상황이었다.
그 날짜를 그냥 꾹 참고 넘긴 이유는 이 공부가 내돈내산이 아니라서 결국 포기하려면 절차를 밟아야 할텐데,
그것은 장학금을 받기 위해 제출하거나 거쳐야 했던 절차와 비례하지 않을까 라는 짐작
그 일을 행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번거로움
그 번거로움을 감당하기 싫은 나의 게으름과 한가닥 남은 자존심 때문이리라.
결국 그 소중한 날짜를 못 본 척 지나쳤다.
그리고는,
머릿 속에서 다 죽은 지식을 살리려고 책상 앞에 앉아서 굿을 했다.
머리가 어질 어질 했다.
아니, 사실 내가 저혈압인데 자꾸 책상 앞에 꾸역 꾸역 앉아 있으려니 운동부족으로 어지러운 지도 모르겠다.
어딘가에 기록을 남겨두고 싶었다.
훗날 무게가 0g 에 가까운 기록일 지 모르지만.
결코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Go" 하는 게 아니라
수백번 이상 아둔한 나를 책망하며 그냥 저냥 이렇게 버티고 있음을.
어떻게든 혼자 걸어가 보려는 지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