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는 영어 라이팅'을 시작하며
오늘 우체국에 들러서 플로리다에 편지 한 통을 보냈어요. 원래 집 앞의 우편함에 넣어 두면 우체국 직원분이 배달해 주시는데 오늘 보내는 편지는 우체국까지 가장 확실하게 배달하기 위해 직접 가서 보냈답니다.
플로리다에 보낸 편지는 우리 집 큰 아이가 쓴 감사편지(Thank You Letter)이며 Business Letter 형식으로 작성했지요. Business Letter로 썼다는 것은 모든 격식을 갖추어 이 편지를 작성했다는 뜻이지요. 왜냐하면 정중하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일주일 전, 우리 집 큰 아이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되었어요. 아이가 봉투를 열어 보니 소액의 상금과 함께 아이가 음악에 관련한 Essay Contest에서 입상했으며 축하한다는 편지였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일리노이주에서 1등이 되어 총 7개 주의 1등이 경합한 North Central Region에서 1등이 되었다는 소식이었으니 아이가 하늘을 날아갈 듯 기뻐한 것은 당연했어요. 참고로, 고등학교 1학년은 미국에서 freshman으로 부르며 9학년에 해당합니다.
악기 연주를 썩 잘하지는 못하나, 음악은 아이 삶의 일부이며 정체성을 구성하는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큰 아이는 에세이에서 여름방학 때 작곡을 하며 느낀 점과 알츠하이머 환자였던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전에 노래 부르시던 모습을 그렸지요. 한 마디로 말하자면, 자신의 삶 속의 음악에 대해 썼습니다.
2020년 6월, 우리 집 작은 아이는 2019년 12월에 마감한 한 독후감 대회에서 일리노이 주 결선 진출자로 호명되었어요. 독후감을 쓴 책은 E.B. 화이트의 <트럼펫 부는 백조> 였습니다. (The Trumpet of the Swan by E.B. White) 태어났을 때부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서 말을 하지 못하는 주인공 루이와 영어를 하지 못해서 목소리를 잃어버린 듯 지냈던 자신의 공통점에 대해 썼지요. 작은 아이가 이 책에 빠져들어서 읽을 때 네다섯 살 때의 일이 떠올랐고 그 시절과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해 썼답니다. 마치, 주인공 루이가 태생적인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말이죠.
흔히 미국에서 에세이를 쓸 때 영어를 배우느라 고생한 이야기는 가장 경쟁력 없는 에세이 주제로 거론되곤 합니다. 그래서 미국 대학 입시를 위한 에세이에서 가장 피해야 할 소재로 ELL (English Language Learner) 경험담이 거론될 정도랍니다. 그렇지만 가장 경쟁력 없는 에세이 소재라도 자신이 진솔하고 자신 있게 쓸 수 있다면 괜찮다고 우리는 생각했어요.
지난 6년 동안 저는 두 아이들의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이끌었습니다. 기초가 약한 아이들이 훗날 좋은 선생님을 만나길 바라면서 기본만 닦아주자는 마음으로 고민했던 날들이 기억납니다. 그 때는 좋은 선생님을 알아보기엔 쉽지 않아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큰 아이는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작은 아이도 올해 8월이면 중학생이 됩니다. 순전히 저 밖에 이 일을 맡을 사람이 없어서 시작한 홈스쿨링 글쓰기. 그런데 글쓰기와 함께 아이들이 많이 성장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미국의 교육 커리큘럼에 대해 자세히 고민할 기회도 비교적 많았다고 생각해요.
저의 미국 교육 이야기는 라이팅을 중심으로 해서 미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며 느끼는 점에 대해 쓰려합니다. 첫 글은 지금까지 우리의 미국 이민 생활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이 담겨 있어요. 그러나 이러한 이벤트 이전의 일들- 그러니까, 매일 실패하고 매일 조그맣게 성공했던 많은 날들이 더욱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그 기억이 옅어지기 전에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