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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쿰 Jul 06. 2018

피자 한 조각 때문에 비행기 놓친 사연

[첫여행 가이드➁]  그리고 탑승구엔 아무도 없었다



By [해외여행 혼자서 처음 떠나는] 동생의 글  





유럽 여행을 갈 때 국내 항공사를 이용해 직항을 탄 적도 있고 해외 항공사를 이용해 경유해서 유럽에 간 적도 있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건 가격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무조건 국내 항공사 직항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이다.


출발이나 도착 시간으로 봐도, 국내 직항 항공기가 여행하기 좋은 비행시간대에 많다. 유럽  도착시간이 낮이나 점심쯤 되어서, 도착하자마자 여유롭게 첫날을 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해외항공사를 이용하거나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찾다보면 도착시간이 늦은 밤 시간이거나 새벽이다. 


대중교통이 없어 공항에서 노숙을 해야 하거나 도착하자마자 바로 숙소로 이동해서 자야하기 때문에 컨디션은 물론이며 하루 숙박비용이 낭비 될 수 있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때 역시 언어적으로 말이 통하는 국내선이 더욱 수월하기도 하다.




내가 되도록 국내 항공사를 이용하는 이유는 스위스를 갈 때 겪었던 일 때문이다. 해외항공사에서도 나름 평가가 괜찮은 터키항공을 이용해 스위스로 출발했다. 가격도 나름 괜찮았고 경유하는 시간이나 스위스 도착 시간도 아주 만족스러운 티켓을 끊었다. 터키항공을 타고 스위스로 가기 위해서는 이스탄불을 경유한다. 


한 시간 반 정도 공항에서 대기한 후 비행기를 바꾸어 두 시간을 더 가면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한다. 사건은 이스탄불공항에서 일어났다. 환승할 준비를 마치고나니, 대기시간이 40분 정도가 남았다. 공항을 둘러보다가 대형 푸드 코트를 발견했다. 해외에서 버거킹과 파파이스, 피자와 빵 가게를 처음 본 거다. (나에게는 첫 여행, 온통 처음보는 광경이었으니까!!! 


배도 안 고팠는데 외국인들과 소통을 하고 싶은 마음에 무턱대고 피자 가게로 들어가 피자 한 조각을 시켰다. 물론 비행기 시간은 계속 체크하고 있었다. 스위스로 가는 비행기의 보딩 시간이 20분부터 50분까지 였다. 계산하자면 50분까지 가면 비행기를 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푸드코트에서 비행기 탑승구가 가깝기 때문에 여유롭게 피자를 먹은 후 40분 쯤에 탑승구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무도 없었다.


“응??? 뭐지???”


비행기로 통하는 게이트는 굳게 닫혀있었다. 게이트 유리 건너편에 승무원이 있길래 나 비행기 타야한다고 문 좀 열어 달라 제스쳐를 취했더니 고개를 양쪽으로 돌리더니 그대로 비행기로 가버렸다.



‘응??? 나 안탔다고!!!’ 아직 10분이나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인데 터키항공은 얄짤 없이 하늘로 떠서 날아갔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는 주변에 있는 외국인들에게 내 티켓을 보여주며 왜 날 안태우고 가냐고 흥분해서 얘기했다. 


물론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간절한 내 눈빛과 동작이 큰 제스처로 흥분 상태를 표현했다. 그 주변에 내 얘기를 듣던 외국인들은 “sorry, 비행기를 놓친거라 도와 줄 수 없다.” 라고만 이야기 하는 듯 했다. 그리고 인포메이션에 가보라고 하기에 일단 인포메이션으로 달려갔다. 


국내 항공사는 보딩 시간까지 맞추고 기다린 후에 떠나길래, 모든 항공사가 그런 줄 알았는데, 해외 항공사 같은 경우는 탑승이 끝났다 싶으면 정해진 보딩 시간보다 빨라도 그냥 출발해 버린다. 보딩시간이 시작되는 시간에 맞춰 탑승장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비행기는 꼭 미리 가서 기다리도록 하자. 


안내데스크에 도착한 나는 몇 가지 아는 단어와 손짓 몸짓으로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설명을 했다. 나 같은 외국인이 많았는지 쉽게 알아듣고서는 한 터키항공 담당자를 데리고 왔다. 그는 오늘은 비행기가 없으니, 내일 첫 비행기를 타고 가야한다고 터키말로 설명했다. 


터키 항공사 직원도 영어를 못한다. 그냥 느낌상 알아들었다. 그런 상황에 놓이자, 생전 처음 들어보는 언어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대충 알아는 듣겠으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제대로 전달할 수 없어 답답했다. 


이게 다 피자 때문이다


구글 번역기가 떠올랐다. 구글 번역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단어를 조합하여 터키말로 번역해 보여주었다. 그러자 터키 항공사 직원들이 크게 웃으면서 신기해했다. 문맥상 말은 안 되는데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는 눈치다. 결국 두 시간 정도 직원과 나는 손짓 몸짓을 해가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는 나보고 티켓 창구로 나가 새로 티켓을 끊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비행기 티켓을 즉석에서 구매하려하니 너무 비쌌다. 터키에서 스위스까지 두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44만원이나 지불 하란다. 물론 이거야 돈을 지불하면 해결되긴 하는데 두 번째 문제는 현재 시각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 45분까지 뭘 하면서 버티냐는 것이다. 


이게 제일 막막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유럽 소매치기도 무서웠다. ‘잠든 사이에 내 짐을 다 훔쳐 가면 어쩌지?’부터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일단 공항 내부에 위치한 탑승 대기실에는 비행기 티켓 소지자만 들어갈 수 있으니 소매치기는 없겠다 싶어 대기실에서 버티기로 했다. 


양 팔에 하나씩 다리에 하나씩 꼬아 짐을 온몸에 감싼 채로 버티다가 잠이 들었다. ‘아, 날아간 내 하루 일정이여, 아 날아간 스위스에서의 하루 호텔 숙박이여...’ 그놈의 피자 한 조각 때문에. 다신 공항에서 피자를 먹나 봐라. 그렇게 애꿎게 피자 탓을 하며 이스탄불 공항에서 첫날을 보냈다. 



다음날이 되었다. 북적거리는 사람들 소리에 눈을 떳다. 온몸이 뻐근한게 영 개운치않다. 컨디션이 안 좋았다. 그래도 오랜 시간 기다림 끝에 이제 곧 스위스로 향하는 비행기에 탈 수 있었다. 아직까진 해외에 있다는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빨리 스위스에 도착해 유럽에 왔다는 느낌을 받고 싶을 뿐이였다. 


아, 그리고 이스탄불 공항에서 스위스 비행기를 타러 가는 과정도 어제와 달리 복잡하다. 갑자기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도 있고 위치가 다르니 잘못 착각해서 다른 나라 행 비행기로 가는 셔틀버스에 탑승하면 안 된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들이 헷갈려서 헤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우여곡절 결국은 안전하게 비행기에 탑승했다. 좌석에 앉아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내 옆자리에 앉은 스위스 아저씨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where are you from?” (오, 아는 문장이다. 나, 이 정도는 알아듣는다.)


“Korea”


"North Korea?" (대부분 외국인은 북한사람이냐고 먼저 묻는 경우가 많다.)


"NO, South Korea, you Swiss people?"


"Yes"


짧은 영어로 시작해, 어제 내가 피자먹다가 비행기를 놓쳤다는 얘기를 해주었다. 그래서 지금 여기서 11시간 노숙하고 스위스로 가는 거라고. 스위스 아저씨는 그 얘길 듣고 호탕하게 웃더니 아직도 피자가 좋냐고 나한테 물어본다. “NO! NO! NO!" 절대로. 되지도 않는 영어를 하면서 한참을 떠들다 보니 스위스에 도착하게 되었다. 아저씨와는 즐거웠다고 기념 셀카를 찍고 기회가 되면 다시 만나자며 헤어졌다.


이것이 내 첫 유럽여행의 비행스토리다. 도착한 후 컨디션도 좋지 않았고, 하루 일정을 그대로 날려버리니 터키항공사건 이후로는 되도록 국내 항공사를 이용한다. 금액은 해외 항공사보다 조금 더 비싸지만 여행 시간과 일정에 가장 중요한 컨디션에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해외 여행은 변수라는 것이 정말 많기 때문에, 나같은 여행 초보자는 최대한 변수를 줄일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게 좋겠다. 






☞ 동생의 여행기에 덧붙이는 누나의 여행팁 


https://brunch.co.kr/@extravel/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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