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의 싱글들이 150명 모여있는 카톡방에 들어가 있는데, 누군가가 심리테스트를 짠~ 올려주었다. 누구나 재밌어하고 좋아하는 심리테스트. 올릴 때마다 사람들이 득달같이 모여들어서 다들 해보고 있었다. '나도 심심하니 한번 해볼까' 그렇게 한동안 매일매일 새로운 심리테스트가 생길 때마다 계속해보았다. 그렇게 나온 나의 결과들을 재밌어서 조금씩 블로그에 모아놓았더니 어느새 20개가 넘어버렸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아보니 일정 패턴이 보였다. 일단 대부분 16개의 성격 유형이다. 어라, 이것은 MBTI에서 분류하는 체계랑 똑같지 않은가! 00붕어빵, 00동물, 00음표... 표현하는 이름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그리고 테스트는 12문항 정도 된다. 그럼 MBTI에 맞춰보면 E/I, S/N, T/F, J/P 를 분류해야 하니 각각 질문을 3개 정도로 만들 수 있으려나.
우선 나는 I와 E를 왔다갔다 하는 STJ다.
이 결과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N사 MBTI에서 간단하게 해 본 테스트는 아니기에 믿어도 된다. 고등학교 때, 전교생을 대상으로 심리 유형 검사를 했고, 나는 ISTJ 가 나왔다. 대학교 때 부속으로 있는 심리상담센터에서 다시 정식으로 한 결과는 ESTJ 가 나왔다. 내 복수전공이 심리학과이기에, MBTI가 유행하기 전부터 심리유형 검사 중 하나로 MBTI를 얕게나마 공부했던 사람으로서 나는 ESTJ 가 맞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마지막으로 네이버의MBTI에서도 ESTJ였다.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나는 내향과 외향이 4:6 정도로섞여 있지만, S(현실적), T(이성적), J(계획적)은 확실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심심찮게 심리테스트를 해볼수록.. 이상했다!? 12가지 문항을 열심히 풀어본 나의 성향은 할 때마다 다르게 나오는 것이 아닌가! E/I만 바뀌기는커녕 다른 지표도 모조리 왔다갔다 하는 것이었다. 물론 심리테스트가 재미로 만들어진 것이라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쌓인 데이터가 이 정도로 다르게 나오면, 도대체 나의 성격은 무엇이란 말인가...!?
나름 열심히 정리해 보았다. 심리테스트 결과.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이건 무엇...?!
그래서 쭉 써보고 어떤 유형이 가장 많이 나오나 보았다.1등은 다행히(!?) ESTJ, 2등은 생각지도 못했던 유형인 ENTP 가 나왔다!! ㅋㅋㅋ
16가지 성격 유형 중 10개의 성격을 얻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EN 유형이 모두 1개 이상 나왔다. FP 조합이 거의 없었다.
ESTJ 5번, ENTP 4번, 녹색 반짝이 2번씩, 체크 표시는 각 1번씩 나왔다.
열심히 만들어본 표.. 전 최선을 다했어요
너무 신기했다. 어마어마하게 놀라운 결과를 보며 궁금해졌다.도대체 왜 이런 결과가 나왔지?
ESTJ : 체계적으로 일하고 규칙을 준수한다. 사실적 목표 설정에 능하다. ENTP : 박학다식하고 독창적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한다.
이 두 가지가 박빙으로 공존할 수가 있단 말인가!
내가 생각해 본 느낌은 이렇다.
우선 '혼자만의 나'와 '타인과 함께인 내'가 꽤 달라지는 편이라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때에는 규칙적인 생활과 분석적인 모습이라면, 직장이나 친구들 사이에서는 웬만하면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생각으로 트러블을 만들지 않는 편이다. 누가 맞니 논쟁하며 사이 틀어질 바에야 따라가거나 조용히 혼자 행동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 사이에서 F(감성적) 아니냐는 소리를 꽤 듣는 편이다.
또한 신기하게도 회사에서의 유형이 ENTP, ENFP가 나왔다. ESTJ에 비해 3개나 달라진다고? 이쯤 되면 페르소나 급이다. 제2의 인격이 아닌지 의심해 보게 된다..!!이건 회사라는 곳의 특성도 있을 수 있다. 회사는 상황에 따른 융통성이 많이 필요하다.
사람 관계나 사회 속에서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많지 않다. 그렇다고 안되는 거 붙잡고 있어 봤자 나만 스트레스받을 테고.변화무쌍한 사회를 맞추려면 아무래도 계획적, 통제적인 J는 피곤하니까P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 나는 적응력이 뛰어난가 봐~~
또 다른 가설은 부족함을 채워가려는 나의 성향이 발현된 것이 아닐까라는 것이다. 나는 장점을 더 키우기보다는 단점을 메꾸는 방면으로 살아온 편이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끼면 공부해서 'F를 장착한 T'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극단적 J 보다는 애매한 J 가 되더라도 P를 키웠다.
이래서 MBTI 전에 혈액형별 성격이 유행했을 때, A형, B형, O형, AB형을 다 들어봤나 보다. ㅋㅋ
역시 사람은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타고난 성격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산다면 더 이상할 테지. 사람은 진화하는 동물이니까. MBTI에 자신을 규정짓지 말고, '오늘의 나'의 성향 정도로 이해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