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경영학과 학생 A인 나의 대학생 시절의 이야기이다. 나는 매번 강의 시간표를 짤 때, 스포츠 과목을 하나씩 넣곤 했다. 눈에 띄고 재밌어 보이는 스포츠 과목이 많기도 했고, 학점도 잘 나오는 편이었다."이때 아니면 언제 또 배워보겠어!?" 그렇게 도전 정신으로 똘똘 뭉친 나는 다양한 스포츠 과목을 신청하여 들었다.
궁금해서 들어가 본 대학교의 2023년 수강신청 리스트. 10년 전과 변함이 없는 것 같다.
2023년의 봄 강의, 스쿠바다이빙이 있다!
치열한 수강신청 전쟁을 뚫고 스쿠바다이빙을 듣게 되었다. 학교 수업으로 들으면 꽤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2시간 남짓한 수업시간에 스쿠바다이빙을 하러 강이나 바다로 갈 수 없다!! 그렇다면 인공적으로 만든 어딘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만들어진 체육관 속 수족관. 큰 직사각형 어항 같은 곳에서 숨을 참는 연습을 해본다. 매주마다 조금씩 이론과 실기를 배우며 물과 친해진다. 대망의 기말고사는 종합 운동장의 5m가 넘는 깊은 수영장 속에서 밑바닥을 찍고 발차기를 열심히 하며 100m쯤 바닥을 헤엄치다가 올라오면 A+!!
나는 좋은 성적을 받아보겠다고 무리해서 물속을 내려가다가 고막에 상처가 났던 기억이 있다. '이퀄라이징'이라고 계속 숨을 세게 쉬며 기압에 적응해야 하는 단계인데, 욕심을 냈달까. 너무 급하게 내려가면 귀에 피가 난다. ㅋㅋㅋ 심하지는 않아서 다행히 몇 주 지나서 나았다. 그렇게 스쿠바다이빙 자격증과 A+ 학점을 얻었다.
같은 느낌으로 패러글라이딩과 요트 미스트롤을 배웠다. 학교 운동장에서 비싼 패러글라이딩 장비를 차고 바람에 저항하며 달려보기도 하고, 계절학기로 몇 주간 매일 한강에서 뛰어놀며 요트를 타보기도 했다. 20대의 열정으로 도전한 귀중한 경험은 평생의 단편적 추억으로 남아 나를 즐겁게 한다.
학교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스포츠 강의들의 현장.
이렇게 배우면 뭐가 남을까? 사실 장비도 워낙 비싸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운동들이라 한번 배우고는 잘 써먹기 힘든 편이다. 나도 수업 이후로 더 배우고 싶은 욕심은 없어서 경험해 본 것으로 만족하였다. 누군가는 잘 써먹지도 못하는 자격증인데 뭐 하려 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좋은 점을 몇 가지 들자면, 평생 추억할 수 있는 경험이 생긴다. 하늘에서 새처럼 날아보기도, 바다에서 물고기처럼 헤엄쳐보기도 하다니 놀랍다.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비교적 쉽게 다가가게 된다. 도전 정신이 가득가득 해진다.몸에 새겨진 경험은, 잊었다 생각했다가도 필요할 때면 튀어나오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몇 년 뒤에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 장소인 터키 욜루데니즈에서 패러글라이딩을 두려움 없이 도전하였고,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빛나는 석양을 보며 스쿠버다이빙을 하였다. 물론 혼자서는 아니고, 전문적인 강사가 같이 타거나 혹시 모를 위험 상황을 지키고 있다. 그래도 마음가짐이 다르다. 후후, 나도 조금 안다고요~.
두 번째로, '뽀대'가 난다. ㅋㅋㅋ 쉽게 경험하기 힘든 자격증들인데 3개를 가지고 있네? 나는 이 자격증들을 취업활동 할 때 면접관들 눈길을 잡는 요소로 많이 써먹곤 했다. '저는 이렇게 도전적이라고요!' 이런 느낌이랄까. 일상생활에서도 이야기 중에 '어, 나 배워봤어. 자격증도 있는데!'라고 하면 재미난 대화의 소재가 되곤 한다.
세 번째, 대학교의 어렵고 지겨운 수업으로 가득 찬 일상에 즐거움이 생긴다. 스포츠 강의들은 A학점이 60%나 되는 경우가 많아, 좋은 학점을 받기 수월한 편이다. (우리 학교만 그럴 수도 있다..) 스포츠 정신에 입각하여 경쟁도 중요하지만 협력도 보기 때문에 함께 강의를 듣는 학우들과도 편하게 친해질 수 있다. 스포츠 강의 특성상 넓은 나이대의 다양한 학과생들이 자유롭게 수강하기 때문에 시야가 훨씬 넓어진다.
터키 욜루데니즈. 아름다운 블루라군이 눈 앞에 펼쳐지는 환상적인 광경이다.
아름다운 보라카이. 예쁜 물고기를 보러 잠수를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다.
요새는 조금만 찾아보면 국내나 해외에서 스쿠바다이빙의 기본 자격증인 오픈 워터 정도는 며칠 만에 쉽게 배울 수 있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도전해 봤는가, 배워보았는가 아닐까.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대학생이라면 재미난 경험을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알려주고 싶었고,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재미난 일상을 나눔으로 자극이 되고 열정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나의 일상이 글 한편 읽는 짧은 시간 속에 편히 다가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부니엘의 버킷리스트이자 재미난 일상 이야기를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