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목표가 없으니 할 게 없다.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라 뭐라도 시간을 채워본다. 심심풀이로 하던 게임 속에서 목표를 세우고 시간을 때운다.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이유가 이런 걸까.
혼자 하면 아쉬우니 취미도 생각도 비슷한 남동생이랑 사이좋게 앉아 게임을 시작한다. 나란히 앉아서 주말 하루를 컴퓨터 화면 속에서 보낸다.동생이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라, 게임 내용을더 많이 알고 나를 챙겨준다.
재미난 추억이 몇 개 떠오른다.
2인용 마메 오락실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 스타크래프트, 디즈니 게임... 어릴 적부터 동생과 많은 게임을 하곤 했다.
야밤의 프린세스 메이커(일본판 공주 육성 게임). 나와 동생의 무분별한 게임 시간을 조절하고자 어머니는 자주 눈치와 금지령을 주셨다. 그러자 나와 동생이 떠오른 묘안은 야밤에 컴퓨터 하기!
부모님이 주무신다, 자는 척하는 남매는 슬그머니 눈을 뜬다, 눈이 마주치고 짓궂은 얼굴로 일어나 컴퓨터 전원버튼을 살짝 누른다. 위이이잉~ 컴퓨터 소리가 너무 큰 거 같다. 불안하다. 그래도 더 스릴 있고 재미있다!
성향에 맞춰 열심히 키워본다. 나는 공주님을 목표로 정해진 루트를 따라 키우고, 동생은 키우다 보니 재판관 성직자 철학자 등등 흔치 않은 직업이 나온다. 어떻게 이렇게 키우는지 신기하다.
어머니는 모른 척해주셨을까, 모르셨을까. 어찌 되었든 몰래한 게임은 더욱 강렬한 추억으로 남았다.
동생은 초등학생 때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열심히 했다. 테란, 프로토스, 저그의 외계 3 종족이 모여 피 튀기며 전쟁을 한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꽤 전략적이라 전 국민이 알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게임이었다.
나는 잔인해서 직접 하지는 않고 동생의 게임 실력에 일조해 주었다.
Show me the money.
Food for thought.
Power overwheling...
아직도 기억나는 치트 키들. 동생은 영어를 잘 모르니 게임할 때면 옆에 있는 나를 불러 치트키를 키보드로 쳐달라고 했고, 나는암기한 그대로 쳐주곤 했다. 순식간에 올라가는 로딩들로 동생의 군단은 거대해진다. 나의 임무 완성! 동생아 이겨라!
'마비노기'라는 아기자기한 게임. 오랜 시간을 들여 추억을 쌓아온 게임을 하고 있다. 14살 때부터 근근이 했으니 근 20년이 다 되었다.
내가 게임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동생과 함께 하는 시간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게임 캐릭터의 성공적 육성도 아니고, 킬링 타임의 여유도 아니다. 20년을 하였으나 게임에 쓴 돈은 제로에 가까우니, 게임 업계의 입장에선 체리피커일 듯싶다. 그저 동생과 함께 무엇이든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아서, 먼 훗날 돌아보면 이때의 추억이 남지 않을까 싶어서 순간을 담아본다.
30대 중반에 하루 몇 시간씩 게임을 열심히 하게 될지 몰랐다. 아무리 되돌아봐도 어찌할 수 없는 삶의 흐름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은 게임 속으로의 도피일까 라는 생각도 든다. 결혼과 육아로 바쁜 친구들과 달리 나는 책임질 역할 없이 삶이 한없이 가볍다.
하루하루 흘러 보내는 기분에 불안하긴 하지만, 딱히 생각나지 않는 욕심에 이 또한 인생의 한 부분인가 보다~ 하고 가볍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