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 연예인 혜리와 류준열이 헤어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예쁘게 오래 사귀는 것에 가치를 많이 두는 나였기에 너무도 아쉬운 기사였다. 예쁜 추억이 쌓인 7년을 만났는데 대체 왜 헤어지는 거지. 오래 만났는데 결혼은 다른 사람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아직까지 그런 상황들이 아쉽고 안타깝다.
사주 초보인 나는 그들의 사주가 궁금해졌다. 헤어지고 나니 나오는 사주 분석들.
사주에 "천극지충"이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흔들린다. 나와 배우자를 나타내는 두 자리가 모두 안 맞는다는 거다. 안맞음을 넘어서 상극으로 부딪히는 건데, 혜리와 류준열이 딱 그런 거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나와 과거 남자친구도 그랬다.
이런 궁합들은 처음 만날 때는 스파크가 튀어서 열정적인 사랑을 한다. 하지만 사귈수록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끝까지 함께 가지 못하는 사주로 본다. 더군다나 운에서 한쪽이 좋게 가는데, 다른 쪽이 나쁘게 가면 대운이 좋은 사람이 나쁜 사람을 떠나버린단다. 슬프다. 평가가 박해도 이렇게 박할 수가 없다. 정말 운명이란 있는 걸까?
하하 참, 온 맘 다해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그였다. 첫만남부터 빠져들었던 운명 같은 만남, 대부분의 시간이 그와 함께였던 자연스럽고 사랑스럽던 몇 년들. 6년을 만났어도 그저 바라보면 좋았고, 설렜다. 사랑의 유효기간 3년이 지나도 설레면 병이래는데 나는 좋음이 지속된 것에 감사했다. 영원한 내 남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너.
누구나 그렇듯 그도 장단점이 있었지만, 단점조차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았던 그였다.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은 그 사랑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다.
가끔씩 안 맞는 부분들이 있었지만 괜찮았다. 인간관계는 맞춰가는 거다. 그와 나는 보완이 될 거라 생각했다. 나는 행복을 잘 찾는 사람이니 단순한 그의 일상에 즐거움이 되어줘야지. 그의 든든함과 꼼꼼함은 나를 채워주겠지. 서로 함께 헤쳐나가면 되겠지.
그와의 이별은 내가 6년이나 공들여서 쌓았던 그 사랑이 허무하게 아무것도 아니라는 결과물이었다. 학점 B나 C도 아닌, 낙오된 F의 성적표를 나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너무도 큰 자책감과 무력감, 후회가 나를 덮쳐왔다. 자존감을 세워주는 예쁜 말들이 부족했을까. 든든한 응원과 칭찬이 필요했을까. 더 여우처럼 살가웠으면 어땠을까. 끝나고서도 미련이 남았으나 더 이상 노력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나는 사주의 힘을 빌려서라도 이유를 찾아야 했다.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유를 찾지 못하면 나는 앞을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와의 운명을 보는 게 내가 사주를 공부했던 최종 목표 중 하나였다. 그와의 궁합을 내가 내 손으로 납득하고 싶었다. 그러면 이 미련함이라도 사라질 것 같아서-.
'충을 맞는다'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몸이 상할 수도 있고, 심하면 목숨도 위협을 받는다.
우리는 너무도 중요한 글자 자리 세 군데 모두 충을 맞고 있었다. 나, 배우자자리, 원가족 자리.
너무도 놀랍고 혼란스러웠다. 이렇게까지 "충"을 맞을 수 있을까.
억울했다. 그간 행복했던 시간은 뭔데? 운명도 아닌데 내 의지로 끌고 온 거야?
의지가 그렇게도 강한 것이었던가.
거기다가 나는 물의 제왕, 그는 불의 제왕이다. 좀 오글거리는 표현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표현한다. 물과 불은 섞일 수가 없지. 폭포 같은 내가 용광로 같이 끓어오르는 그를 만났다. 강하게 불타오르는 불덩이는 아프지만 꺼지지 않을 거다. 물도 불도 타격을 입는다.
어떻게 해도 좁히지 못하고 풀리지 못했던 다툼과 가치관들. 제왕지들은 고집이 강하고, 간여지동(위아래 같은 기운)이라 배우자 자리의 힘이 약한 편이다. 한쪽이 강하면 다른 쪽이 약해야 끌고 갈 수 있는데, 양쪽에서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니 평생 피곤할 수밖에. 나는 고집 없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물이라서 그나마 유연한 거였다.
일주가 안 좋으면 다른 글자는 어떨까? 내 입으로 말하기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남자한테 꽤 잘하는 사주랜다. 재생살, 관인상생으로 흐름이 좋아서 내가 그 힘을 직장으로 모조리 쓰지 않는 한, 남자에게 기운이 간다. (여자에게 '관'은 남자이자 직장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상대가 불타는 용광로만 아니었으면 나는 결혼을 했을까 궁금해진다.
상대는 어떤가? 바른 여자를 잘 잡고 있는 애처가의 속성이 있다. 더군다나 큰 도끼로 장작을 패서 불(본인)을 크게 태운다. 사회적으로 잘 성공할 것 같다. 아뿔싸, 적어도 사주가 안 좋으면 '거봐라, 나 버리고 가더니 망했네!' 하겠는데 속상하다. 뿌리칠 수 없는 미련이 남아 나를 괴롭힌다.
즉, 둘 다 매력 있고 좋은 사주인데 둘이 맞춰보면 안 맞는 사주가 바로 여기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궁합! 혜리와 류준열, 그리고 우리처럼. 이래서 어른들이 궁합이 중요하다고 찾아다니나 보다. 하지만, 나는 그와 운명이라고 생각했는걸? 사주로 보면 이별은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을까. 더 안좋은 일이 생기기 전에 끝난게 다행이었을까. 알 수 없는 인생의 흐름 속에 나는 그저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궁합의 자리다툼은 매우 치열하며 다양한 주변 요소들에 의해 자신의 배우자가 결정된다. 이때 최상의 선택으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자신과 맞지 않는 배우자를 선택하여 이혼과 사별, 법정소송 등 다양한 아픔을 겪기도 한다. ... 좋은 궁합은 시간이 지날수록 편안하고 깊어지는 특성이 있다. -The 궁합 (최제현)
이제 궁합이 안 좋다는 것을 알고 나니 어떤 기분이 드는가. 서로 안 맞는 궁합이라고 하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앞길을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막상 '사주'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나니 꽤 아프다. 여전히 드는 슬픔과 회한은 고스란히 나의 몫이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미련과 후회다. 지나간 사람에 대한 욕심이고 집착이다.
그와 나는 동화 속 낭만적인 주인공이 될 수 없었다. 그와의 기억을 마음 깊숙한 한구석에 숨겨놓고 책 넘기듯 내 삶의 또 다른 챕터로 넘어가야 된다는 것을 알지만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간은 지나가리라.
'결코 끊어지지 않던 것 같은 편안하던 관계가 허무하게 끝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성격으로 티격태격하던 관계가 결코 손을 놓지 않은 인연이 되기도 한다. 지나간 인연에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 떠나갈 인연에 맘 쏟았던 나를 미워하지도 말자.' 마음에 남았던 글귀를 여러번 되새긴다. 법정스님의 '함부로 인연 맺지 마라'는 시를 기억해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