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뭐가 있어도 있나 보다. 사주 선배님들의 말씀이 공통적으로 내년 결혼운이 좋단다. 이순신 장군이 잘 치던 주역점을 보았는데도 '수지비'라는 좋은 점괘가 나왔다. 마음의 평정을 찾고 인연이 나타난다나.
사주 초보자인 내 생각으로는, 내년이 청룡 갑진해니 진(토) 남자가 들어오려나 예측해 본다. 이번 대운도 토인데 쌍으로 관이 들어와서 그런가?? 물인 나한테 흙토는 남자이자 직장이다. (내년 운세를 보는 것은 높은 레벨이다.)
뭐 하튼, 내년에 내 운명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두렵다. 내게 결혼이라는 것은 이미 낭만이 탈탈 빠져 너무도 현실적인 길이 되었다. 오래 만났던 그와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 문제가 생길 시 어떻게든 헤쳐나갈 생각을 했었는데, 이젠 믿음도 열정도 줄어들었다. 결혼으로 행복할까 묻는다면 자신이 없다. 이 길을 가 말아.
상상을 해본다. 결혼하면 무엇이 걱정될까?
적당한 호감으로 만난 그이의 밥 세끼를 평생 신경 써야 할 수도 있다. 혼자 밥을 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식구라는 이름으로 저녁 고민이 될 것이다. 내 세탁기에 누군가의 양말이 같이 들어갈 것이다. 빨랫감이 두 배가 된다. 화장실 청소는 또 어떻고? 나 혼자면 간단하게 후딱 할 집안일들이 겁이 난다. '어차피 내가 맛있게 먹을 거 수저 하나 더 얹으면 되지!' 라며 긍정회로를 돌려보지만 쉽지 않다.
결혼하면 안정감이 생긴대는데 모르겠다. 요즘 유튜브로 열심히 듣고 있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이 자기 자신을 괴롭힌다. 고된 시집살이, 무심한 남편, 무능한 남편, 나를 힘들게 하는 자식 등등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현명하고 지혜로워야만 결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악의 상황에는 이혼, 재산 싸움, 고부 장서 갈등.. 무수히 많은 갈등이 생길 수도 있는데 자신이 있을까? 아이를 키우는 20년 동안의 불안정함, 높은 사교육비, 정보 싸움, 무한의 비교경쟁에서 점차 아이를 키울 자신도 없어졌다. 현명하게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이상한 일이다. 누군가와는 너무 당연했고 오히려 못해서 슬펐던 현실이 다른 누군가 하려니 답답해진다. 이런 상태에서 누군가와 결혼을 할 수가 있을까? 결혼은 룸메이트를 만나는 거라고 하는데, 룸메이트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안락한 시간을 위해서 그 많은 책임감을 감당하기엔 부담스럽다.
아니 결혼 전에 연애부터 생각해야지.
밖에서 만나려니 고물가가 체감된다. 밥 먹는데 5만원, 커피 마시는데 3만원. 한번 나가면 10만원이네? 모든 것이 새롭던 20~30대에는 하나하나 경험을 채운다고 생각했다.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즐거움, 연극 여행 등 경험을 누리는 기회, 모든 것이 청춘이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다고 그때에 느끼는 감정은 색달랐다. 시간과 돈을 투자할수록 하루하루 추억이 쌓인다고 생각했다.
이젠 어느 정도 채우고 나니 '한계 효용 체감의 법칙'처럼 만사 귀찮다. 새로운 것에 자극은 줄어들고, 돈도 아깝다. 과거에는 나 15만원 + 그 15만원, 데이트 통장에 30만원을 넣고 한 달을 보냈다면 이젠 15만원을 하루에 다 쓸 수도 있을 것 같은 시대다. 이야 부담스럽다.
사회 통념상 남자들은 아직까지 '가장'이라는 무게감이 있을 텐데 요즘 시대에 경제적인 부분은 더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30대 미혼 남자 50%, 초혼 연령 여자 32세 남자 34세. 자꾸 늦어지고 안(못) 하는 이유를 알 거 같다.
그뿐만인가, 사주를 공부해 보니 결혼해서 잘 사는 사주가 많지 않다. 뭔 놈의 '충' 맞는 게 그렇게 많은지. 짚신도 짝이 있다는 옛 속담. 과연 그럴까? 모두가 해피엔딩이었으면 이 세상은 조금 더 따뜻했을 거다.
본인이 너무 잘나서 혼자가 좋은 사주가 있다. 생각보다 재혼 팔자도 많다. 목욕지/병지처럼 철딱서니 없거나 꼰대 아재 같은 이성이 곳곳에 숨어있다. 바람피우거나 바람 당하는 팔자도 있다. (바람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바람피울 확률이 높은 것과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것은 별개니까.)
그뿐만인가. 독하고 욱할 수 있는 괴강살, 배우자와 멀리 떨어질 수 있는 원진살, 한없이 외로워질 고란살 등등 결혼 생활에 부담스러운 각종 신살들이 보인다. 자식을 낳으면 좋을 팔자, 자식을 낳으면 배우자와 멀어지는 팔자도 있다. 자식은 식상이란 글자로 보는데,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고생길도 달라지는 것 같다.
'다른 누군가 좋은 사람이 있을 거예요.' '아직 당신의 때가 아니에요.'와 같은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기다리기엔 나는 사주로 현실적이고 험난한 세상을 조금 더 알아버렸다.
역시 결혼은 수행의 길이라는 말처럼 배우면 배울수록 결혼은 어렵다. 따지고 따질수록 자신이 없다.
이런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결혼한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결혼한 친구들에게 듣는 남편과의 말다툼, 시댁과의 고충을 생각하면 사주를 안 볼 수도 없는 것 같다.
사랑꾼 션은 그랬다. '결혼은 원석들이 만나 보석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서로를 보듬고 사랑하며 빛을 내는 보석이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나아가는 게 즐거울 것이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이 든다. 결혼은 내가 좀 더 현명해지기 위한 기회를 가득 주는 수행의 장인 듯하다. 각종 상황에서 내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그런 모습들이 보석이 되어가는 노력일 거다.
다만 사주로 보는 결혼운,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알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주로 문제를 인지하면 변화할 수 있고, 변하려고 하면 세게 맞을 충(沖)을 순한 맛으로 돌려 맞을 거다. 누군가와 맞춰나가는 결혼을 한다면 위태로운 순간들이 많을 텐데, 사주는 그런 시기를 잘 다독이고 비켜나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조금 더 지혜롭고 현명하게 사는 방법을 배워나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