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편한 사실은 '인간은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는 존재다'라는 내 가치관과 결이 달랐다.
어차피 인생이 정해져 있다면 노력할 필요가 있을까?
내가 최선을 다한 관계가 알고 보니 나와 안 맞는 궁합이라면 노력할 이유가 없었을까?
정말 사람의 팔자는 정해져 있어서 노력한 결과가 결국엔 그 길로 가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라고 한다면, 참으로 맥 빠지는 답변일 거다.
하지만 나는 30년간 살아온 '노오력'의 한계를 맞았고, 이젠 노력에 확신이 들지 않았다.
더 이상 내가 바라는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이제 더 이상 노력할 거리가 사라져 버렸다.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물어보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거니? 인생은 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웃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 테니까.
한 사람을 오래 만나다 보니 그와 내가 동일시되었고, 상대의 존재 유무로 인해 내 행복이 좌지우지되었다는 것이 큰 문제였을 것이다.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서 인생 처음으로 '끊임없는 노력'을 내려놓고 사주의 흐름대로 흘러가기로 했다. 현재에 머물러 현재를 사랑해 보기로 했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시기를 오래 보내다 보면 끊임없이 부정적 감정과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망했어', '실패자야', '무능해..' 여기서 빠져나와서 건강한 삶을 살아야 되는데, 나는 그 해결책이 사주였다. '흐름을 보고 이때쯤이면 빠져나오겠구나~.' 변화하는 시기를 찾았고, 그때쯤 끝난다고 생각하니 조금 숨이 쉬어졌다. '끝'이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니 다시 돌아오지 않을 '현재'가 조금은 소중해졌다.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사주를 공부하면 '죽음'이 문득 보일 때가 있다. 대통령처럼 역사적 인물, 화려한 연예인 등등 공인의 삶을 주로 참고해 본다. 그들의 인생의 큰 사건들이 사주 공부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가까운 사람들의 인생 흐름도 살펴본다. 갑작스러운 죽음, 사고, 건강 악화, 만남과 이별, 수술수 등 인생의 변화가 생길 때 사주를 보며 분석해 본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한다. 희로애락은 죽음 앞에서 작아진다.
'죽음'이 느껴지니 인간관계의 유효기간도 차분히 받아들이게 되었다. 존재 자체가 옆에 있다는 사실이 감사한데, 시시콜콜 티격태격하며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구나. 모든 것은 끝이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자주 잊어버린다. 영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매 순간 느끼며 지금 있는 순간과 관계에 감사하게 된다. 오늘 만나는 일상이 언젠가는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내 곁에 있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의 눈을 한 번이라도 더 마주 보고 더 안아주고 더 응원되는 좋은 말을 해주고 싶어진다. 누군가의 하루에 내가 기분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
이별이나 죽음으로 언젠가는 끝이 나는 인간관계일 것이다. 그 명확한 기간이 사주로 느껴진다면 더욱 체감이 된다. 압축적으로 사랑하되 끝을 대비해 가볍게 넘길 줄 알아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전 남자친구와의 궁합을 보며 그와의 인연이 지났구나 생각한다. 평생 함께 갈 사람이라 생각했으나 시절인연이었나 보다. 함께 쌓아온 시간의 힘을 믿었는데, 사주로 보니 그 순간은 찰나였다. 사주를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마음 한 구석에 남겨두고 평생토록 그를 기다리고 있었을 수도 있다. 나아가 인간관계의 잡고 당기고 소위 밀당이라는 것이 덧없이 느껴진다.
나는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체감한다. 그냥 사주라는 각본대로 사는 내 인생의 주인공일 뿐이다. 각자의 사주대로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으로 잠깐 살다 가면 좋겠다. 각자의 주인공들이 만나 어느 순간 인연이 되는 때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계해인 나와 특히 궁합이 좋은 '무계합'과 '인해합' 등등 인연이 인생에 들어오면 그 시기를 감사히 보내다가 시기가 끝나면 잘 가라고 인사하면 된다.
세상엔 다양한 방법으로 마음 수련을 하는 방법이 많고 나는 그중 사주를 택했다. 내 인생의 절망의 시기를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강연들을 찾고 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지금의 생각은 사주와 함께 내 삶에 들어온 다양한 사람들의 가르침일 것이다. 오은영박사님, 김창옥선생님, 많은 심리학 교수님들, 법륜스님... 사주뿐만 아니라 이 사람들이 모여 내가 조금은 더 성숙하게 받아들이는 발판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24년 계묘년이 지나며 물의 흐름이 끝이 났고, 5년간 목화의 기운으로 우리나라는 새로운 흐름을 맞이할 예정이다. 특히 2026년 병오해는 우리나라가 불덩이가 될 예정이다. 나라 전체에 화가 많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주로 보는 나라의 국운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