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이 사주들고 나를 찾아요

사람과 인생,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사주

by 부니엘


"A야, 너는 매력이 통통 튀는 을사야! 사람도 엄청 좋아하고, 말로도 잘 먹고사는 사주!"

그래?? 함박웃음 지으며 A가 내 곁에 온다. 어느 순간 눈 초롱초롱해진 궁금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인다.


자연스럽게 그녀들의 살아온 이야기, 인간관계, 굴곡진 삶을 듣게 된다. 시시콜콜 스몰토크로 지나칠 가벼운 대화주제가 그 사람의 인생을 이해하는 귀한 시간으로 바뀌는 찰나다.




요즘 나는 대화의 주제를 이끌고 있다. 사주를 공부한다고 하면 대부분 갑자기 눈이 빛나며 자신의 생년월시를 알려주곤 한다. 나도 재밌고, 상대도 재밌다. 재미 삼아 시작하지만 끝은 풍성한 대화거리의 향연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든다.


사실 30대 중반, 미혼인 나는 친구들과 대화거리가 없어졌다. 매일 똑같은 직장인의 일상,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멈춰버린 듯한 삶이다. 내 주변은 거의 결혼을 했고 육아를 하는 워킹맘도 많다. 나와 다른 길을 걷고 있어 공감대가 적을 수밖에 없다. 아이 둘 엄마의 애환에 가슴깊이 공감해 주긴 어렵고, 나는 그 생활을 바라왔기에 부러움과 나 자신에 대한 속상함이 맴돈다. 다른 얘기? 부동산, 명품백 등 미묘한 경쟁으로 헤어지고 나면 뒤쳐진 기분에 속상하거나 허영심과 열등감으로 답답해지곤 한다.


친구들 입장에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어 굳이 나를 만날 이유가 없을 거다. 그렇게 서로가 슬슬 멀어진다. 이해는 하지만, 그렇게 멀어지기엔 아쉽다. 외로움을 잘 타는 나인지라, 이대론 홀로 남을 것 같은 두려움이 생긴다. 무언가 어필을 해야겠다. 그런 중에 사주는 좋은 소재거리가 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친구들에게 재미 삼아 사주를 봐주니, 아이의 성격적 특성이 보이고 직업군이 보였다. 주의할 점은 좋은 점 위주로 말해주는 것! 사주도 심리적 영향을 받기에 들어서 찜찜한 부분은 빼고, 응원과 격려를 담아 말해준다. (다만, 건강은 조심해서 나쁠 것 없으니 챙겨 말해주는 편이다.)


(나) "음, 초년에 편인 편관이 있으니 공부 잘할 거 같아. 예술같이 자기만의 관심사에 빠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계수에 오화 편재면 해외에 열망이 꽤 많아질 것 같아. 혹시 요새 00이, 뭐 좋아하는 거 있어?"
(친구) "어, 나 요새 00가 영어를 꽤 곧잘 따라 해! 그리기도 좋아하고."
(나) "오~ 영어 딱 좋다. 나중에 해외도 관심 많을 것 같은데 미리 잘 준비해도 좋겠다!"
(친구) 사실, 나 00이 영어 좋아해서 XX 학습지 알아보고 있잖아~~ 블라블라.


친구에게 도움도 되었다! 자연스럽게 상대방의 요즘 관심사를 알 수 있고, 내가 언제 필요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나도 배운다. 그래, 난 이 시간들을 즐기고 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관계 맺기일 거다.





옛날엔 이해하지 못해서, 나와 달라서 멀어 보였던 친구를 사주 그 자체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치 MBTI로 '너는 ESTJ라 그렇게 사는 거구나!'라고 받아들이듯이, 나는 사주라는 하나의 지표가 더 생긴 것이다. 그저 돈 안 쓰는 짠순이라서 흉보던 친구가 신기하게 사주가 그렇게 나온다. '그냥 그런 사람으로 태어난 거구나.' 어떤 사주든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니 누구나 결점은 있다는 사실에 너그러워진다.


친구들 뿐일까? 어른, 연예인, 역사적 위인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연예인의 사건이 터지면 네이버로 사주풀이를 찾아본다. 근현대사 속 너무 춥던 유관순 열사 사주도 접하게 되었다. 인생 이해의 폭이 엄청 커진 것이다.


옛날 같아선 사주의 한 사이클(60살)을 다 돌아본 우리네 부모님 이야기에 마음이 간다. 굽이굽이 돌고 깎이고 흘러가는 복잡한 인생사, 뒤돌아보니 긴긴 인생 "그런 팔자였구나"라는 안쓰러움과 함께 공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누구나 어려운 시기는 있고, 또 지나가더라. 시대상 흐름이 반영되어 한 사람 한 사람이 역사가 된다.


사람과 인생, 그냥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되는 너그러운 마음이 생겼다. 누구와 비교할 필요가 없이, 자신만의 길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대화의 깊이를 채워주고, 세상을 이해하게 되는 창틀이 된 사주가 즐겁다. 각자의 삶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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