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화요일 밤 11시. 여정샘을 비롯한 5명이 줌(zum)으로 함께하는 심야(夜) 독서모임.
12월의 책인 순례주택 청소년 소설로 "공감"을배워본달까.
나는 MBTI 가 T 다. 해결 방안이 먼저 생각나는 바람에 감정 공감과 표현능력이 부족한 T들.
나의 부모님도 두 분이 T 이시다. 정신없이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빴던 부모님 시대에 자녀인 나도 정신없이 공부하기 바빴고, 그렇게 감정에 대한 이해 없이 덜컥 나이만 먹었다. 감정 교류가 그 누구보다도 중요한 연인 관계에서, 오래 만난 연인과 다투던 중 나보고 '로봇 같다'라고 하는 것에 띵~ 충격을 받고 그 이후부터 감정 공감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감정 공감에 대한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아들러의 감정수업', '나는 왜 네 말이 힘들까', '결혼학개론',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언어의 온도', '미움받을 용기'...
어렴풋이 알게 되었지만 방향이 맞는지는 확신이 없었다.
12월. 이번 독서모임 <순례주택>에서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어렴풋이 느끼던 '공감 능력'을 겉핡기라도 체계적으로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달까! 순례주택의 내용은 앞서 내용을 풀었듯이, 중3 학생 수림과 원가족이 티격태격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어릴 때부터 떨어져 다른 세계 속에서 살았기에 애착 형성이 부족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가치관을 가지게 된다. 조금 더 가까운 사이가 되기 위해 '공감'이 필요하다!
여정야독의 리더 여정샘은 '공감'을 체계적으로 알려주셨다.
공감의 5 수준
수준 1 : 상대방의 언어 및 행동 표현의 내용으로부터 벗어나거나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기 때문에 감정 및 의사소통이 상대방의 표현보다 못 미치는 수준 (동문서답)
수준 2 : 상대방의 감정에 반응은 하지만 주목할 만한 감정을 제외시키고 의사소통 하는 수준
수준 3 : 같은 정서와 의미를 표현하여 상호교류적인 의사소통을 하는 수준
수준 4 : 상대방의 표현보다 더 내면적인 감정을 표현하며 의사소통 하는 수준
수준 5 : 내면적 의미를 정확하게 표현하거나, 상대방과 같은 몰입 수준에서 의미를 첨가하여 의사소통 하는 수준
이해가 안 될까 봐 친절한 여정샘과 시원하게 10가지의 다른 상황에 대한 예시를 들며 공부를 해 보았다.
Q : 엄마, 나가세요. 노크도 없이 막 들어오시면 어떡해요. 여긴 내 방인데-!
1. 엄마가 자식 방에도 맘대로 못 들어가니? 조그만 게 무슨 비밀이 있다고.
2. 네가 화난 모양인데, 엄마가 자식 방에 들어갈 때도 꼭 노크를 해야 하니?
3. 네 방에 노크도 없이 불쑥 들어와서 기분이 몹시 상했나 보구나.
4. 혼자 있고 싶었는데 방해를 받아서 언짢았구나.
5. 너도 이젠 컸으니 너만의 세계를 가지고 싶구나
어떤 순서일지 퀴즈처럼 고민하며 배우니 더욱 쏙쏙 들어온다.
경험상 어릴 때의 나는 공부를 한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꽤 많이 배려를 해주신 편이다. 내가 Q처럼 이야기하면 부모님은 '방해해서 미안해' 라든가 내가 불편함을 느끼기도 전에 상황을 맞춰주셨다. 그래, 내 맘대로 자란 온실 속 귀한 공주님이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상황에 대한 이해력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었다. 이제 공감력을 조금이나마 더 배웠으니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수준 4,5는 내가 상대를 내 관점으로 '판단'할 수 있기에 조심스럽지 않을까.. 진정한 공감으로 볼 수 있을까..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질문을 하니, 서로 교류를 하며 상황에 대한 선(先)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보충 답변을 받았다.
우리는 대화를 하며 많은 감정을 주고받는다. 때로는 스쳐가는 감정을 나 자신도 모르게 지나치면서 상대에게 실수를 하기도 하고, 알아도 표현 방법이 미숙하여 실수를 하기도 한다. 상대가 이해해 줄 수 있는 포용력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많은 경우 서로의 입장 차이만 내세우며 감정이 상하곤 한다. 그리고 감정이 상하면 대화는 산으로 가겠지. 대화를 더욱 잘하기 위해서는 내가 나 자신을 먼저 잘 알아야 한다. 그리고 표현 방법도 잘 배워야 한다.
굳이 MBTI로 표현하자면, F(Feeling) 들은 감정 공감을 꽤 많이 바란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T(Thinking) 들도 해결 방안도 중요하지만 공감 또한 필요로 한다. 아마도 '공감'은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인정이기 때문에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그 누구에게든 판단하지 않고 '오~ 그랬구나' 하며 상황에 대한 인정을 먼저! 그 이후에 내가 생각한 내용을 담아 조심스럽게 '이런 방법은 어떤 것 같아?'라고 물어보기. 상황을 이해하며 인정할 때 리액션은 필수!
해결방안을 제시해주는 것도좋지만, 그전에꼭 스쳐가는 감정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많은 경우 해결방안은 본인 스스로 찾곤 한다. 그러니 듣는 상대방은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이야기를 들어주었으면 한다. 그것이 성숙하게 마음의 그릇을 넓히는 길이라는 생각이다.
어렸을 때부터 감정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배웠으면 좋으련만. 무지해서.. 미숙해서.. 소중한 사람들을 잃기 전에 꼭 감정 공감능력을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12월의 책 모임도 끝이 났다. 아마도 독서모임이 아니면 흐지부지 책을 읽다 말았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바쁘게 살며 해야 할 것도, 다른 재미난 것도 많은 현대인이 책을 곁에 하기엔 방해물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독서모임은 내가 책이랑 멀어지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끈이랄까. 거기다가 마음이 성숙하신 좋은 분들에게 이것저것 많은 것을 배우니 금상첨화!
내년도 읽을 책이 가득가득 기다린다. 한 달에 2권씩,모임을 할 때마다 겨우 책을 읽고 허덕이며 따라가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계속하는 것은 이 순간들이 소중하기 때문이리라. <데일 카네기의 자기 관리론>, <숲 속의 자본주의자>, <미움받을 용기 2>... 책들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도 계속 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