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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니엘 Jan 02. 2023

한달동안 72명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다

다이내믹 일상 이야기_요즘것들 2030이 노는 방법


12월 연말은 만남의 달이라 하더니만, 정말 많은 만남이 있었다.

특히 내가 더 잘 놀러 나가는 편이긴 하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장소 가리지 않고, 평일이나 주말의 시간 가리지 않고 잘 논다.

아주 노는데 타고난 것 같다!


소개팅 2회 + 정모 43명 + 범계 11명 + 독서모임 1명 + 수원 15명 = 72명!!

그나마도 10명을 더 만날 수 있는 한 번의 재테크 모임이 취소되어서 이만큼이다.

이 흐름은 올해 하반기 내내 이어져오고 있었는데, 연말이 되어 포텐이 터졌다.


자, 그럼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많은 또래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지 풀어본다.

미혼의 요즘것들 2030은 꽤 적극적으로 노는 것을 찾아다니는 것 같다.

나는 '소모임'이라는 어플을 쓰는데, 앱을 설치하게 되면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를 선택할 수 있다.

운동, 독서, 언어, 등산, 음악 등 자신의 취미를 좀 더 발전시키고 같은 관심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며 즐길 수 있는 모임이 정말 많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취미가 있다니!! 재테크에 관심이 있다면 임장 활동을 함께 다니거나 주식, 부동산 등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다. 비슷한 직업의 사람들과 가볍게 맛집을 찾아다니며 놀 수도 있다. 모임은 새로 생겨서 이제 시작하는 0명부터 대규모로 운영되는 000명까지 다양하다.


나는 크게 한 쪽으로 쏠리지 않은, 무난한 직장인 모임에 가입했다. 이 모임은 내가 중간 나이쯤이라 위아래로 5살까지 차이가 난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올리고 승인이 되면 이제 그 모임의 일원이 된다. 모임에서 다양한 소규모 모임들이 열린다. '방장'의 권한을 가진 몇몇 사람들이 활동할 내용을 올리면 내 일정과 비교하고 관심이 생기면 '참석하기' 버튼을 누른다. 내용은 다양하다. 영화 보기, 스키장 가기, 동네모임 술 한잔 하기, 포차 가기, 전시회나 박람회 가기, 같은 나이끼리 모임 하기, 맛집 정해서 가보기... 시간과 관심이 일치하면 선착순으로 소규모 모임에 입장한다. 남녀 성비는 비슷하게! 당일날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


회사 퇴근하고 심심하다면, 맛있는 것이 먹고 싶은데 먹을 사람이 없다면, 혼자 놀기엔 아쉽다면-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은 참석을 누른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끼리의 잠깐의 어색함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낯가림이 없어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빨리 친해지는 편이라 다행이다.


"안녕하세요! 00 지역에서 온 00살, 000이고요~ 직장은 00이고, MBTI는 0000이고, 취미는 00예요."

정형화되어버린 느낌의 자기소개. 많은 사람들이 소개를 하니 나중엔 기억이 잘 안 나서 급히 중얼중얼 외워본다. A님은 뭘 좋아한댔지! B님은 나랑 나이가 같네! C님은 집이 가깝네! D 님은 이름이 특이하네!


그렇게 서로 안면을 트면, 이제부터는 삼삼오오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모임을 즐기면 된다. 비 오는 날 막걸리를 먹으러 나왔다면, 먹고 싶은 막걸리를 이것저것 시켜본다. 알밤 막걸리, 바밤바 막걸리, 금귤 막걸리, 고구마 막걸리... 이얏호 신난다!

그렇게 나는 12월에 새로운 사람들과 막걸리를 마셨고, 영화를 보고 감상평을 나눴고, 노래방에서 밤새도록 노래를 불렀고, 맛집에서 스테이크를 즐겼다. 술은 필수 요건은 아니지만 사람이 빠르게 친해질 있도록 도와주는 존재다. 강요가 아니니 마시기 싫으면 안 마셔도 된다.


신나는 콘서트. 처음 만난 8명의 사람들과 하루동안 친구가 되었다.
비오는날 막걸리. 혼자 먹기에 많은 음식을 같이 먹을 수 있다니!


그렇게 시간을 보내며 하하호호 즐기다가 각자의 시간과 사정에 맞춰 흩어진다. 돈 계산은 n 분의 1이다. 막걸리 모임때는 많이 마신줄 알았는데 한사람당 2만원 밖에 안나왔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20대 때는 헤어질 때 아쉬울 수 있으니, 또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 전화번호라도 교환한 것 같은데 이제는 그조차도 없다. 정말 그 시간만을 즐기고 다들 빠빠이- 안녕!이다. 세상이 너무 험악해져서 한번 만나고 번호 교환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미리 서로 조심하는 것일수도 있다.


다음에 인연이 되어 또 다른 소규모 모임에서 만나면 더 반갑게 서로 인사를 하겠지! 더욱 인연이 된다면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되는 거고, 아님 말고!





그래, 2030대 나이의 싱글, 솔로, 미혼의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이 노는 방법 중 하나를 소개해보았다. 내 친구들은 이미 결혼한 친구, 아이가 있는 친구들이 많아 이런 생활을 함께 즐길 수 없다. 사실 나도 30대에 이렇게 살고 있을지 상상도 못 해본 일인데, 역시 인생은 모른다고 지금의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이런 삶을 바라진 않았다. 그럼에도 계속 참석하게 되는 것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혼자 고독을 곱씹게 되는 삶이 될 것 같아서, 그건 더 바라지 않는 삶일 테니까-. 최선이 안된다면 차선을 선택해야 한다.


남자친구를 사귀거나 결혼을 하면 되지 않냐고 묻는다면- 음, 그게 노력으로 되는 것이었다면 이미 전 결혼을 해서 예쁜 아이가 있었을 거예요 랄까 ㅋㅋㅋ 마음이 가지 않는데 억지로 누굴 만날 수는 없으니, 마음을 내려놓고 또 내려놓는 중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즐기는 것! 세상 대부분의 일이 노력으로만 되지 않고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관계는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가장 큰 부분인 것 같다.


이런 소모임이 한없이 가볍다고 느낀다. 서로의 필요로 우르르 만나고 흩어지는 시간. 미래가 없이 현재만을 즐기는 삶. 미래까지 바란다면 너무 큰 기대이겠지. 그러니 컨트롤할 수 없는 미래는 놔두고 현재라도 잡아보는 거다. 이 시간들이 외로움이 싫어 도망가는 도피처는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다행히 그건 아닌것 같다.


이야기하다보면 재미있게도 각자의 고민들, 살아온 인생의 흔적들이 묻어나는 대화를 할 때가 많다. 생각을 공유하며 많이 배우고 짧게나마 서로를 알아간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다양한 세상을 알아간다. 어쩌면 혼자는 하기 힘든 많은 활동들을 함께 할 수 있으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핸드폰 하나로 세상 어느 곳의 사람도 쉽게 만날 수 있으니 큰 장점이지. 그러니 쉽게 만난 만큼 쉽게 끝나는 것이 진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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