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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니엘 Dec 27. 2022

카네기 덕분에 비행기표 100만원 쉽게 환불받았어요

책 <카네기 인간관계론>, 사람을 설득하는 방법


사실 앞서 쓴 소개팅 이야기와 비행기표 환불받은 이야기를 함께 묶어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실생활에 접목시킨 사례로 써보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너무 다른 이야기의 흐름이고, 소개팅 애프터를 항상 받는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달까! 마찬가지로 비행기표 환불받는 이야기도 많은 시간 동안 스트레스를 받으며 노력한 꽤 뿌듯한 이야기이다.


그래서 나눠서 써본다.

12월 독서모임의 책,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카네기 덕분에 내 돈 100만원 빠르게 돌려받은 이야기!!





때는 바야흐로 19년 11월. 벌써 3년 전 이야기이다.

20년 1월에 갑작스럽게 코로나가 창궐할지 꿈에도 생각을 못했던 그 전 시기였고, 여행을 좋아해서 자주 해외를 돌아다니던 나는 하던 대로 비행기표를 예약했던 것이다. 무려 몰디브를 인당 50만원에 갈 수 있는 비행기표라니! 어머 이건 꼭 가야 해!!

그렇게 나는 악명 놓은 '에어 아시아'라는 말레이시아 외항사의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신나게 6월 여름휴가를 기다리며 어떤 예쁜 옷을 입을지 어느 휘황찬란한 숙소를 묵을지 즐거운 고민을 하고 있었다.


두둥! Covid-19!!

코로나라는 말도 안 되는 역병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비행기표를 취소해야만 했다. 우선 6월이었던 비행기가 8월로 연기되었다. 그래, 여름휴가 언제든 가기만 하면 되니까. 그렇게 숙소를 비롯한 여러 활동들을 한차례 미뤘다. 실랑이를 벌이며 일정을 연기하는 것도 엄청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코로나는 계속되었다. 항공사도 무한 연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환불받기 어렵기로 악명 높은 에어아시아는 내 돈을 2년 뒤까지 쓸 수 있는 포인트로 전환시켜 준다는 제안 같은 강제를 내밀었다.

에어아시아는 상담원이 아닌 AVA라는 인공지능으로 모든 문의사항을 처리하기 때문에, 클레임 하나 해결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시간의 기다림과 무한 클릭의 고통을 들여 상담원과 연결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래 이 정도에 만족하자. 2년 뒤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렇게 2년이 지났다. 22년 3월. 영어로 된 샬라샬라 에어아시아 업데이트 메일이 내게 도착했으나, 크게 관심을 둘 수 없었다. 여전히 한국 상황은 코로나 봉쇄가 이어졌기에 나갈 수도 없고, 나가도 불안한 심정이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10월까지 지나쳤다.


하반기가 다 되어서야 코로나는 조금씩 풀려가는 것 같았다. 여행 얼리어댑터 사람들은 22년 여름휴가를 맞아 조금씩 해외를 나가기 시작했다. 백신은 부작용이 무서워서 맞지 않고 정작 코로나만 두 번 걸린 나였기에, 백신 제한이 있는 나에겐 해외여행은 아직 꿈같은 이야기였다.

그래, 내년쯤 비행기표나 봐볼까!? 에어아시아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자.


두둥!

내 100만원 어디갔어!!!

내 계정 포인트가 사라진 흔적


이럴수가. 이미 만료가 된 것이었다. 내 생돈 같은 100만원이 날아갔다! 

마음이 매우 불편해지며, 이렇게까지 상황을 방치한 나 자신에게 자책의 화살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해결할 방법을 찾는 것이 빠를 것이다.


우선 이전에 왔던 이메일들을 하나하나 다 찾아보았다.

너무 오랜만에 영어로 된 문장들을 확인하니 눈에 안 들어오며 의미도 가물가물 했다.

번역기와 주변 친구들의 힘을 빌려 정확한 의미를 확인해야 했다.

22년 3월에 왔던 영어로 된 샬라샬라 메일은 내 포인트를 발행일으로부터 3년 자동 연장해준다는 제안, 변경된 회사 방침에 따라 5년간 쓸 수 있는 여행 바우처로 바꿔준다는 제안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두 가지 확인 사항을 보니, 내겐 그 어떤 것도 해당되지 않은 시스템적 누락인 듯싶었다.


항공사에서 보낸 메일로 클레임을 걸어보자!

토종 한국인인 나이기에, 영어로 불만사항을 정리해서 메일을 보내는 것도 큰 도전이었다.

마음의 준비를 한 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한국식 떼법(!)처럼 왁왁왁 불만 가득한 짧은 메일을 보내보았다.





여기까지였으면 이 글을 안 썼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독서모임을 통해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읽고 있었고, 사람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 기분 상하지 않게 사람을 바꾸는 9가지 방법이라는 내용을 접하게 되었다.


비판을 하면서도 미움받지 않는 법 = 간접적으로 돌려 말하라

명령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 차라리 질문을 하라

협조를 얻는 방법 =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해 냈다고 여기도록 만들어라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 = 다른 사람의 생각과 욕망에 공감하라

사람을 자극하여 성공에 이끄는 방법 = 칭찬을 아끼지 말라


매우 젠틀하면서 자신을 낮추고 상대의 입장을 고려해서 '아이고~~ 저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을마나 힘드셨을까요! 하지만 저도 이러한 상황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뭐 이런 느낌인 것이다.


배운 대로 써먹어보자! 밑져야 본전! 제목부터 다시 써보았다.

"You are the only one who help me." (당신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ㅋㅋㅋ


1번째와 2번째 메일의 차이


이 두 글은 같은 날짜에 보낸 메일이다. 거의 이중인격자 같은 느낌 ㅋㅋㅋ

그리고 받은 답변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두 가지 메일의 답변 차이



나를 지칭하는 호칭부터 달랐다. 안녕하세요 고객님과 내 이름 세 글자로 각각 시작하는 메일.

첫 번째 메일은 기계적인 말투에 동문서답인 대답이라면, 두 번째 메일은 '걱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해당 부서에 연계하여 도와드리겠습니다.'라는 해결과 공감이 가득한 어투였다. '고객님과 언제나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화룡점정의 끝마무리까지!


그 뒤로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While we are actively processing your case,~' (우리는 너의 문의를 적극적으로 처리하는 동안에!)

 actively 라니!! 무려 매번 인공지능을 앞세워 기계적 답변만 하던 에어아시아에서 어떻게든 도와주고 싶어 하는 어투라니!!! 에어아시아 너네도 사람이었구나. 결국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구나~.


그렇게 일주일 동안의 몇 번의 핑퐁 메일 끝에 나는 매우 시원하게도 만료되었던 100만원을 5년간 쓸 수 있는 여행 바우처로 되돌려 받을 수 있었다. 빠름 빠름~


사실 항공사에서 누락이 되었고,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과 감정으로 되돌려 받느냐의 차이는 정말 크다는 생각이 든다. 몇 번의 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은 도전적이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꽤 뿌듯하고 든든한 경험이었다는 생각이다. 데일 카네기 아저씨 덕분에 저는 사람을 얻는 인간관계와 원하는 바를 효율적으로 이루는 방법의 큰 뜻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ㅋㅋㅋ 앞으로도 비난하지 말고 칭찬해주면서 살아야지.


이제 다시 비행기표를 예매할 일만 남았네요!

얼른 코로나가 시원하게 지나가서 다시 맘 놓고 해외를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p.s. 사실 데일 카네기는 미국 사람이기에 외국에서 더 잘 통하는 방법이라고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 아직 쉽지 않은 것 같기도. 카네기처럼 교양 있게 접근하면 줄 것도 안주는 걸 너무 많이 봐서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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