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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니엘 Aug 20. 2024

기혼 친구들과의 작별 인사

소속감에 대하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88년생 기준 혼인비중은 남자 40%, 여자 60% 랜다.

내가 속한 대략적인 그룹이 40% 정도라는 말인데, 맙소사- 말도 안 돼!

내 주변을 돌아보았을 때 체감되는 현실은 나만 덩그러니 남은 기분이었다.



왜 내 주변엔 다 짝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한 둘씩 낳아 바쁘게 키우고 있을까.


아마도 유유상종이리라.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끼리 모인다고, 사회가 원했던 방향을 안정적으로 달렸던 친구들이 많았다. 공부하라고 할 때 열심히 공부하고, 사회 경험 쌓으라고 할 때 열심히 쌓고, 좋은 직장 들어가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 30대 초반까지 데이트를 하고 자연스레 약속이나 한 듯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꽃길을 걸었다. 획일적인 삶의 형태 같지만 나는 그 안에서 안정감을 찾았었다.


특히나 내가 입사한 회사는 운 좋게도 육아 관련 복지가 잘 되어있었다. 2년 이상의 육아휴직, 돌아와서 나의 자리가 분명히 있다는 점, 아이 키우는 걸로 눈치를 많이 보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진취적인 성향의 동기들은 점차 이직을 하였고, 가정과 육아에 관심이 많고 안정적인 성향의 동기들이 남아있게 되었다. 그렇기에 내 주변의 동기들이 결혼과 육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직장 상사들이 가정적인 것도 익숙했다.


SNS에 쉬지 않고 올라오는 그들의 따스한 삶들. 가족끼리 단란하게 캠핑이나 여행을 다니고, 기념일을 맞아 조촐하게 케이크를 불고, 육아의 일상을 나누고, 집들이를 하며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모습들은 내가 원하 미래의 모습과 같았다.





점차 달리는 길이 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미혼이었고.. 신혼부부, 딩크, 아이 엄마와 같은 그들의 삶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대화의 공감 수준과 관심사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결이 달랐다.


20대를 함께 했던 여행, 직장, 꿈, 자격증 등등 친구들과 상을 도란도란 나눴던 수다는 갈 길을 잃었다. 이제는 가정 속 이야기를 하며 일상을 나누곤 했다. 의견이 다른 남(의) 편, 적응 과정에서 힘든 시댁, 아이가 수족구에 걸려서 어린이집에 못 간 이야기, 공부를 지지리도 안 한다는 이야기, 아이 용돈 이야기 등등 그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이 내겐 부러움으로 느껴졌다.


'그런 남편이라도 옆에 있잖아.' '조율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 상황이라도 있잖아.' 진정한 공감은 불가능했다. 옅은 웃음으로 호기심 있게 듣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고, 모두가 각자의 어려움이 있다마는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와닿지 않았다. 자격지심과 열등감이 가득한 못난 마음이지만 그럼에도 상대의 마음에 집중하고 최대한 공감하고자 노력하며 들었다. '어려운 상황이네, 무엇이 최선일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언젠가는 나도 이런 상황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나타났을 나의 불편한 마음은 상대도 어렴풋이 느끼지 않을까 싶다. 서로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말이나 태도를 조심하는 관계는 점차 눈치를 보게 되니 불편해지게 된다. '힘들겠다, 고생이 많아.' 얄팍한 겉핧기식 위로 속에 나를 감추었다. 친구의 기쁨과 슬픔에 진정으로 함께하지 못한다는 마음에 '나는 괜찮은 친구가 아닌 걸까.' 자책하기도 했다. 점차 힘들고 지쳐갔다.


결국 친구들과 감정적인 교류나 정서적인 지지를 속 깊게 나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앞서 기혼의 삶을 걷고 있는 그들에게 나는 도움 될 만한 정보도 줄 수가 없었다. 내 주변의 세상이 온통 가정 안에서 돌아가고 있었다. 점차 친구들과 멀어지는 게 느껴졌고, 나는 뒤쳐져 간다는 마음이 들었다.


정말 하나둘씩... 오랜 인연이 지인이 되어가는 단계를 나도 경험하게 되었다. 결혼하고 집이 멀어진다, 보자보자 하고 약속잡기 쉽지 않다, 인연을 놓지 않기 위해 보러 몇 번은 직접 만나러 간다, 되돌아오지 않는 듯한 마음에 조금씩 지쳐간다, 내가 놓으면 연락이 끝날  듯한 관계가 된다-. 상황 때문이라도 멀어져 가는 친구들의 발자취를 그저 멀리서 물끄러미 바라만 보게 되었다.






그렇게 소속감이 사라져 버렸다. 소속감이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치명적이고 외로운 길이었다. 마음을 둘 곳이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암묵적으로 규정지어진 '평범한 삶'의 틀에서 살던 것이 익숙하던 나는 혼자라는 길이 겁이 났다.


소속감을 찾아 헤매었다.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인데 미혼인 사람들은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까..?'

눈을 넓혀야 했다. 취미 생활을 찾고 소속감을 찾았다. 뭐라도 일단 해보면 답이 생기지 않을까.

보드게임, 부동산, 운동, 사주 공부, 미니언즈, 여행, 드라마, 유튜브, 브런치... 무엇이든 탐닉하고 시도했다.

새로 알게 된 미혼 친구들이 생겼지만, 취미 생활로 만나는 가벼운 만남들은 가정의 대체제가 될 수 없었던 것 같다. 점차 재미도 사라졌고, 목적이 없는 놀이는 공허할 뿐이었다. 취미 생활도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처절하게 느끼게 되었다.

나는 '혼자'에 익숙해져야 했다.

2년간 나는 그 공허함에 맞서 싸우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원하던 길은 아니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길임을.

지금의 내가 누리고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를 간절히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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