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부니엘 Jul 23. 2024

캐릭터에 열광하는 키덜트 어때요

미니언즈는 내 남친



갈 곳을 잃은, 남아버린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깊은 사랑의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재가 되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내 안에는 아직 불씨가 남아있었나 보다.

누군가를 여전히 사랑하고 싶었던 만큼 대체할 무언가에 쏟아부어야 했다.


집착인지 그리움인지 헷갈리는 이 감정. 결국은 내 욕심일 거다. 건전하게 털어버려야 했다.

사랑을 주고 싶어 안달 난 나는 어떻게 이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


무엇을 사랑해야 할까. 존재 자체를 사랑하고 싶어서 대상을 찾았다면 이상할까.

사람에게 주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6년을 함께한 세월의 끝은 내게 너무 큰 상처를 주었다.

나는 사람도 사랑도 믿을 수가 없었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았다.


그를 대체할 '사람'을 찾는다는 선택도 좋아 보이진 않았다. 상대의 본질을 사랑하는 게 아닐 테니까. 자꾸만 마음속에 드는 끊임없는 비교, 과거 회상의 회한으로 상대에게 미안해지리라. '나를 좋아해 주는 고마운 상대를 나도 좋아할 거야. 좋아해야 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좋아한다는 감정은 억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결국 그 과정에서 고통스러워하곤 했다.





혼자서 산다는 것은 참 외로운 일이었다. 내 삶에 가득 찬 외로움은 어떻게 채울까-

의존성을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외로움과 의존성은 인간 본연의 마음이라 없앨 순 없으리라.

그렇다면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흘려보내면 어떨까?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봉사활동을 추천받았다.


반려 동물을 키우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 그 작은 생명의 마지막까지 오랜 시간을 바쳐 책임감을 다한다는 생각에 시작조차 겁이 났다. 나는 직장을 다니고 사람도 만나느라 집에 있는 시간이 적을 텐데, 매 시간 혼자 있을 작은 생명의 외로움은? 나 좋자고 내 외로움을 전가할 수는 없었다.


봉사 활동도 알아보았다.

내 아이를 키우고 싶었던 마음을 담아 아이들을 가르쳐볼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 그 마음이 채워지지 않을까? 아니면 해비타트 건축학교처럼 집 짓는 과정에 참여하면 사회 공헌도 하고 나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혹시 청소나 빨래, 요리 등등의 집안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어떨까?  

직장을 다니면서 틈틈이 시간을 내기엔 자꾸 후순위로 밀리게 되었다.





마음껏 사랑할 수 있으면서도 내 옆에서 항상 붙어 있을 누군가.

관계가 아니라 소유로 마음이 갔다.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이 마음을 채워보기로 했다.


갈 곳을 잃은 마음은 미니언즈 캐릭터로 향했다.


까꿍, "미니언즈"


왜 하필 미니언즈일까.

어릴 적 언젠가 문득 봤던 영화 <미니언즈>.

작고 노란 병아리 같은 캐릭터. 특히 'Bob(밥)'이라는 아이에게 애정이 갔다.

옹알이 같은 귀여운 목소리, 앙증맞은 행동, 폭 안아주 쏙 안기는 사이즈의 동그란 모습.

오래전부터 나는 미니언즈의 밥 캐릭터를 좋아하고 있었다.


밥(bob)은 어느 순간 내 자식처럼 내 마음에 들어와 있었다. 너를 더 좋아해야겠다.



22년 07월 20일. 그 당시에 운이 좋게도 <미니언즈 2> 후속작이 개봉하였다. 맘껏 좋아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기분이었다.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캐릭터인 만큼 홍보도 많이 하였고, 새로운 캐릭터 상품도 많이 쏟아져 나왔다. 맥심 커피에서 텀블러와 인형을 껴주었고, 영화관에서 부채와 포스터를 나눠주었다. 콜라보한 두찜 떡볶이를 먹으며 돗자리를 얻었고, 마트에서 미니언즈 이불을 샀다. 일본 여행 갔다가 미니언즈 바나나맛 카스타드를 먹었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미니언즈를 보면 내가 생각난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친구들이 미니언즈 선풍기, 퍼즐, 머그컵, 이어폰 등등 관련 상품을 하나씩 선물 주곤 했다.


그렇게 얻은 캐릭터 굿즈들을 집안 곳곳에 잘 어울리게 배치해 보았다. 내 시간과 공간을 미니언즈로 가득 채웠다.


22년도 생일날 선물 받은 미니언즈들. 노란색이 다 미니언즈다.


어쩌면 미니언즈는 내 마음 속 안였을 수도 있다.

외롭고 그리울 때면 미니언즈를 품에 꼭 안으며 견디곤 했다.

어벙하게 웃고 있는 밥(bob)을 보고 있으면 나도 같이 무념무상이 되는 것 같았다.


나를 사랑하고 싶어서- 나를 더 사랑해야 했어서- 미니언즈와 나를 동일시했다.

미니언즈는 나였고, 내가 사랑하던 그였고, 나를 잊지 말아 달라던 사회적 심볼이었다.


친구들이 하나씩 결혼을 하며 가정이 생겼고, 아이를 키웠다. 자연스레 멀어지는 인간관계 속에서 '미니언즈를 보면 내가 생각나기를.'

'잊혀 가는 나를 이렇게라도 기억해 주길.' 바라보았던 어린 마음도 있는 것 같다.


캐릭터를 통해 희미해져 가는 내 존재 이유를 찾았다고 보면 너무 큰 의미부여일까.

나는 외로움과 의존성을 잘 흘려보낸 걸까... 답은 아직 모르겠다.

여하튼 난 2년 동안 미니언즈를 참 좋아했다!


미니언즈 단체사진. 우리 집은 미니언즈의 집이다 ㅋㅋㅋ


세월은 참 금방 간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고, 어느덧 미니언즈 시리즈인 <슈퍼배드 4>가 다음 주에 개봉한다고 한다.

내가 애정하는 캐릭터인 밥(bob)은 안 나오는 것 같다. (슬픔ㅠㅠ)



* 미니언즈 덕분에 다시 돌아왔습니다~ㅎㅎ. 갈수록 글을 편하게 쓰기 어려워지네요.

부족한 글솜씨로 과거를 하나씩 정리해 가며 기록한다는 것이 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다시 열심히 적어 보겠습니다~. 미니언즈 최고! 미니언즈 슈퍼배드4 파이팅!!


이전 07화 그저 시간을 채우기 위한 취미라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