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내 이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nx Aug 19. 2022

친구, 9대 9 이야기

범죄도시 2에서 끈질기게 추격하는 마동석에게 손석구가 말한다.

"보기보다 똑똑하네. 돈 필요해? 돈 나눠줄까? 5대 5 어때?"

이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마동석이 대꾸한다.

"누가 5야?"


중학교 때, 놀이라고는 오락실, 축구, 찜뽕(혹은 짬뽕), 오징어 가이상 등이 전부였는데 오락실은 동전이, 축구나 찜뽕 등 야외에서 하는 놀이는 시간과 기구, 다수의 인원이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나마, 수업 중간 쉬는 시간이나 수업 시작 전 조금 남은 점심시간에 단 두 명이서 짬짬이 할 수 있는 게임이 있었는데, 그것이 연습장 축구였다.

연습장 축구의 정식 명칭은 모르겠는데, 스프링이 달린 노트 뒷면에 접착식 비닐이 있었고 그 바닥에 바둑판 모양으로 선을 그리고 동전을 위에 올린 다음 형광펜 등으로 상대편의 네모칸 안에 넣으면 1점을 얻는 방식이었다. 그 게임에도 나름대로의 테크닉이 있었는데, 기술이 좋은 친구는 펜을 이용해 헛다리 짚기를 사용하는 페이크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직진 혹은 꺾기의 기술로 연속 득점을 이어가는 친구도 있었다.

나는 밖에서 실전으로 하는 축구를 좋아해서 잘하지 않았는데, 친구들이 하는 것만 봐도 흥미진진한 게임이었다. 

친구들이 있던 옆반에 놀러 간 적이 있는데, 두 명의 친구가 연습장 축구를 하고 있었다. 박빙의 경기가 벌어지고 있는 중에 친구들의 친구가 다가왔다.

"야, 몇 대 몇이야?"

친구들이 동시에 대답했다.

"9대 9."

진지한 눈빛으로, 친구들의 친구는 다시 물었다.

"누가 9야?"


그 후로 그 친구들의 친구는 쭉 '9대 9'로 불렸고, 지금은 만날 수 없지만 친구들과의 술자리에 가끔 소환되고는 한다.

"9대 9야, 잘 지내고 있지?"

매거진의 이전글 내 사전에 손절이란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