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작은아씨들'에서 언니 인주가 묻는다.
"돈 많고 못된 부모하고 가난하고 착한 부모 중에 누구를 택할래?"
그러자 인경이 답한다.
"그걸 뭘 택해. 가난한 거 자체가 잘못인데."
부모보다 못살게 된 자식 세대, 이제는 타고난 가난조차 죄가 되는 세상. 이게 지금, 우리들이 마주하고 있는 일상일지도 모른다.
얼마 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무조건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선뜻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보내달라는 이벤트가 있었다. 청취자들이 보낸 사연 중, 진행자가 정말 난감한 질문이라고 뽑은 사연 중 하나는, '정말 여신처럼 예쁜데 하루 종일 우는 애 하고 정말 여신처럼 예쁜데 하루 종일 화내는 애' 중 하나를 고르라는 것이었다.
평생을 우는 사람과 평생 화는 내는 사람 모두 사연이 있을 것이다. 울음을 그치지 못하는 사연, 본인도 모르게 화를 내는 이유. 그 아픔의 본질을 알아야 치유 가능한 방법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사연 중 하나는 '평생을 집에 못 들어가는 것하고 평생을 집에만 있는 것'이었다. 위의 질문에 차라리 화를 내는 애를 고르겠다던 와이프는 이번 질문에도 흔쾌히 답을 고른다.
"집에 못 들어가면 어때. 돈만 많으면."
나를 회색 주의자라며 힐난하는 와이프는 선택에 있어서는 단호하다. 어쩌면 그 단호함에는 결연한 의지도 엿보인다.
남들은 직장생활을 하면 사표를 늘 품에 가지고 다닌다지만, 나는 사표의 시옷자도 근처에 두고 있지 않다. 전에는 70세까지 돈벌이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지금은 눈을 감는 그날까지 와이프를 위해 돈을 벌어주겠다는 의지를 가슴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