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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x Apr 12. 2023

나라를 구한 여자

와이프와 장인 장모님을 모시고 식당엘 갔다. 원래는 정통  이탈리아식당이었는데 메밀요릿집으로 바꾼 곳이었다. 2층까지 차는 건 못 봤지만 2층에도 좌석이 마련돼 있었고, 1층에서 화장실이 있는 2층으로 가는 계단 중간에 앵무새가 새 장에 들어있었다.

차를 타고 가면서 미리 명태회 비빔막국수와 메밀온면, 판메밀, 메밀해물파전을 주문했기 때문에 음식은 우리가 자리 잡고 앉은 뒤 얼마되지 않아서 나왔다. 그러자 옆테이블에 앉은 남녀 커플 중 여자가 서빙아줌마에게 독촉했다. 남자의 비빔국수는 이미 나온 상황이었다

"여기요~ 들깨칼국수가 늦네요~"

자신보다 늦게 온 우리 테이블의 음식을 바라보며 여자가 말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우리 일행은 남긴 음식 없이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다. 해물파전이 생각보다 별로였고 밀가루부침이 살짝 덜 익어 섭섭했지만, 허기를 채운 것으로 만족했다.

우리가 음식을 마무리하고 있을 무렵, 넷플릭스와 치과이야기를 하던 옆 테이블의 커플이 일어나 식당을 나갔다. 그들이 나간 걸 확인하고 나서 내가 와이프에게 말했다.

"저 여자는 음식을 빨리도 먹네. 우리가 전화로 미리 주문한 걸 모르고 늦게 온 우리 음식이 먼저 나오니까 슬쩍 빈정 상했나 봐".

와이프도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이프가 장모님과 연로하셔서 귀가 안 들리는 장인에게 설명을 해드리더니 내게 말했다.

"근데 그 여자가 나가면서 나를 쓱 쳐다보고 가더라고".

숨 쉴 틈 없이 내가 바로 말했다.

"그 여자가 당신을 바라보며 그랬을 거야. 저 여자는 전생에 도대체 나라를 몇 번 구했길래 저런 남자랑 살까".

대뜸 눈동자의 흰자를 제법 보여주던 와이프는 다시 한번 장인과 장모에게 설명하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계산은 나의 몫이었다. 이렇게 또 한 끼를 때웠다

안녕? 배스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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