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의 괴짜 투수 네스터 코르테스가 러닝머신 위에서 러닝을 하고 있는 같은 팀의 포수 호세 트레비노에게 다가간다.
"이젠 빨라져야 해".
트레비노는 영 관심이 없다.
"뭐가?".
코르테스가 또다시 재촉한다.
"빨라져야 한다고".
트레비노는 여전하다.
"아 글쎄 뭐가. 난 관심 없다고".
러닝머신의 스피드를 올리며 코르테스가 말한다.
"내가 빨라지려면 너도 빨라져야 한다고".
코르테스는 피치타이머를 염려하며 트레비노를 압박하고 있었다.
미국 프로야구 MLB 사무국은 2023년을 맞아 대대적인 룰 개정에 들어갔다. 다른 종목에 비해 지나치게 긴 경기 시간이흥미를 반감시킨다는 여론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었다. 마이너리그 경기를 통해 충분히 시험무대를 거쳐 확립된 룰 개정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피치 타이머 제도다. 피치 타이머는 투수가 투구하는데 시간 제한을 두는 것으로 투수가 포수로부터 공을 받고 15초 안에 투구를 해야 하는 룰이다. 루상에 주자가 있으면 20초로 변경되며 주자에 대한 견제구는 2번으로 제한된다. 빠른 주자가 1루에 있을 경우, 심지어 6~7회 연속 견제구를 던지는 장면은 이제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피치 타이머 룰을 어겼을 경우, 볼 하나가 주어진다.
두 번째는 수비 시프트 제한이다. 공을 당겨 치는 타자의 경우, 수비 시프트를 적용해 내야수를 당겨 치는 방면에 세 명을 배치하고 한 명의 선수는 외야 잔디까지 가서 수비를 하곤 했는데, 이 역시 야구 고유의 흥미를 반감시키는 것이라 판단하고 없애기에 이른 것이다. 내야수 네 명 중 두 명은 2루 베이스의 좌우에 각각 위치해야 하며, 외야 잔디를 밟으면 안 된다. 과거 당겨 치기로 유명한 풀히터 짐 토미는 이 룰의 개정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했고, 이 룰의 최대 수혜자는 오타니 쇼헤이로 예상되고 있다.
세 번째 개정 룰은 베이스 크기의 확대다. 부상 방지 등의 목적으로 기존의 베이스보다 7cm나 커진 베이스는 견제수 제한과 더불어 도루 시도의 확대를 부를 전망이다. 높은 도루 성공률과 팀 내 도루 1위였던 샌디에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은 이 혜택을 볼 공산이 크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루키 배지환도 뛰어난 주력과 타고난 감각으로 많은 도루를 시도하고 있는데, 그의 도루수가 증가하려면 출루율이 관건이라 하겠다.
이런 획기적인 룰 개정에 앞장선 인물은 MLB 사무국 자문위원인 테오 앱스타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으로 밤비노의 저주를 깨고 86년 만에 우승을 시켰으며, 시카고 컵스 단장 재직시절엔 염소의 저주를 깨고 108년 만에 우승을 시킨 입지전적 인물이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저주 해결사(Curse breaker)로 부른다. 그가 변화를 시도한 MLB의 새 룰이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