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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x Aug 08. 2020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하드보일드 추격 액션

죽거나 혹은 죽이거나

태어난지도 몰랐던 딸이 납치되어 구하러 가기 전, 황정민은 상사였던 송영창에게 묻는다.

"그 애를 만나면 뭐라고 해야 하죠?"

그러자 상사가 말한다.

"그냥 웃어."


'신세계'에서 브라더로 호흡을 맞췄던 황정민과 이정재가 출연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추격자'의 각색을 맡았던 홍원찬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곡성'과 '기생충'을 촬영한 홍경표 감독의 작품이다. 영화를 말하면서 감독 이외에 촬영감독을 자주 거론하곤 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총과 칼, 수류탄의 폭발이 난무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우리나라 영화 중 최상급의 수준이라고 하고 싶다.


'달콤한 인생'에서 김영철의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라는 대사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내 생각엔 악덕 사채업자로 나와 이병헌을 괴롭히면서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를 날리는 황정민의 연기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 후, 황정민은 수많은 영화에 출연을 했고, 영화제에서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었을 뿐'이라는 감동어린 수상 소감으로 한 방에 핵인싸로 등극하기에 이른다.


알다시피 이정재는 '모래시계'에 고현정의 보디가드로 거의 대사없는 연기를 일방장전하고 나왔지만, 캐릭터의 힘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압구정 현대고 출신으로 당시 오렌지족 분위기를 휘날리기는 했지만, 이토록 그가 롱런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은 비주얼은 좋으나, 연기도 대사도 목소리도 별로라는게 중론이었기 때문이다. 강한 놈은 끝까지 살아남은 놈이라는 말이 있듯이 그는 지금까지도 건재하며, 이 영화에서 그야말로 멋들어짐을 흩뿌린다. 그가 등장하는 첫 장면에서 하얀 롱코트를 입고 장례식에 입장하는데, 그것은 마치 '관상'에서 수양이 갑옷을 입고 휘하를 거느린 채, 계단 위로 올라오는 등장씬에 버금간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드디어 파나마에 도착한 그들.(누구인지는 영화를 보고 확인하시길) 악에서 구해진 그들은 카리브해의 파도와 해변을 얻었다. 과연 끝까지 살아남은 그들이 강해질 수 있을까.

-파나마 해변을 보자, 만장일치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마리아노 리베라가 떠오르며, 메탈리카의 엔터 샌드맨이 귓가에 들려왔다.


Deliver us from ev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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