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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x Aug 16. 2020

번 애프터 리딩

Burn after reading

코엔 형제 감독의 영화 '번 애프터 리딩'

'Burn after reading'은 '읽고 난 후 태워'라는 뜻이다. 007의 제임스 본드나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가 상부의 명령을 지시받고 해야 하는 첫 번째 행동이다.(대부분 스스로 없어져버리긴 하지만)  감독인 코엔 형제는 제목에 방점을 찍고 시작한다. '이 영화를 보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해!'라고 말이다.


출연진은 그야말로 초호화 캐스팅이다. 영화 포스터에 있듯이 조지 클루니, 프랜시스 맥도먼드, 브래드 피트, 틸다 스윈튼, 존 말코비치. 마치, 전성기 시절의 레알 마드리드를 보는 듯하다.(프랜시스 맥도먼드는 '파고'와 '쓰리 빌보드'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받았으며, 조엘 코엔의 아내이기도 하다)


존 말코비치는 까칠하지 그지없는 성격의 소유자로 정보국의 특수요원인데 알코올 중독을 이유로 해고되었고, 거기에다가 아내인 틸다 스윈튼이 바람피우는 것까지 새까맣게 모르고 있다. 그의 아내와 내연의 관계인 조지 클루니는 즉석 만남 프로그램을 통해 프랜시스 맥도먼드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 브래드 피트는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절친한 직장 동료. 또 한편, 조지 클루니의 아내는 다른 남자를 만나고 있다.


영화는 이들을 천천히 담담하게 소개하면서 다시 한번 말한다. '앞에서 본 것들은 잊어버려!'. 얽히고설키는 이들의 관계는 마치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 픽션'을 떠올리게 한다. 존 말코비치를 공갈 협박하던 브래드 피트는 그에게 주먹을 맞아 코피를 흘리더니, 결국은 조지 클루니의 총에 맞는다.(영화 촬영 당시 브래드 피트는 45세였는데, 3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보이고, 춤추며 까부는 모습이 천진난만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잘 생기기까지... 원래 그렇지만.)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는 획기적인 반전을 선사하지만, 이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정보국 고위 관계자의 한 마디 대사로 그간의 복잡한 사건들이 허무하게 마무리된다.


'다 덮어버려!'


복잡 다난한 일들을 그냥 쉽게 덮어 버리 듯, 읽고 난 후 태워버리는 게 우리의 인생이라고 알려주는 코엔 형제가 외친다.


'마음 단단히 먹고 봤어? 다 뻥이야!'


*가벼운 허무 개그식 영화를 원한다면 한 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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