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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x May 24. 2024

영화 '댓글부대'

진실은 멀리, 사실은 가까이

송능한 감독의 1997년작 '넘버 3'에서 이미연이 한석규에게 묻는다.

"오빠는 나를 몇 퍼센트나 믿어?"

이죽거리는 표정의 한석규가 말한다.

"51프로".

실망하는 이미연을 바라보는 한석규.

"마~ 내가 51프로를 믿는다는 건 다 믿는다는 거야. 다른 놈들은 절대로 안 믿거든".


인터넷 검색이 전무하던 시절, 여러 직군의 친구들은 기억력이 좋던 내게 전화로 여러 가지를 묻곤 했다. 그러면 나는 최대한의 기억을 떠올려 답변해 줬다. 물론 가끔 기억이 나지 않거나 틀리는 적도 있었지만 전화 문의가 계속되는 걸 봐서는 내 답변이 거의 답과 비슷하 딱히 다른 곳에 물어볼 곳이 없었나 보다.

술자리가 거나해지면 과거의 기억이나 현재의 상황으로 인해 언쟁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이야 검색 한 방이면 끝나지만 예전에는 각 분야에 잘 알만한 지인에게 전화나 삐삐를 돌리기 일쑤였다.

기억력에 관해서는 자신 있었기에 늘 자신이 있었지만, 철썩같이 믿었던 기억도 오류가 나는 적을 몇 번 맞닥뜨리고는 나에 대한 신뢰도에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나 믿지?"라고 묻는 친구에게 "나도 나를 못 믿는데 너를 어떻게 믿냐?"라는 말을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만큼 누군가나 사실을 믿는다는 건 어려운 처지에 다다른 것이다. 혹자는 진실은 멀리 있고 사실만이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장강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한 '댓글부대'는 사실과 진실에 대한 이야기다. 출연진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고, 탄탄한 원작덕에 스토리 또한 박진감 넘친다. 혹자는 영화의 결말에 대해 불만을 갖기도 하지만, 열린 결말이던 닫힌 결말이던 선택은 보는 자의 몫이다.

일련의 사건으로 포털사이트 댓글은 사라졌지만, 가끔 유튜브에 달린 댓글을 보고 실소를 금치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무엇이건 간에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자유. 우리는 가치관이 흔들리는 사회에 살고 있지만, 진실이 조금은 더 가까워지는 현실이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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