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사아저씨는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내 질문에 거실 소파에 앉아계시던 아버지는 탁자에 놓인 담배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시며 말씀하셨다.
"박 XX? 45년생 해방둥이. 애들이지 뭐".
1936년생이신 아버지는 심드렁하게 대꾸하셨다. 그때가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한 1979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매드 맥스 시리즈의 감독 조지 밀러가 그 유명한 해방둥이 1945년생이다. 처음 시리즈를 만들 때 나이가 30대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분노의 도로를 찍을 때가 71세, 이번 퓨리오사 때가 80세이니 실로 관록의 노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1930년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형님이 건재하시기에 노장 운운도 머쓱하지만, 80세 노장이 입이 떡 벌어지는 액션씬을 제작했다는 것에 경이로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이제는 흔해져 버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를 가리키는 말 같기도 하다.
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는 매드 매스 분노의 도로편의 예전이야기다. 사가 Saga는 전설 설화 영웅담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가 나왔다고 했을 때 "이 영화만은 못 참지"라며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애슐리 쥬드 이후 애정해 마지않던 샤를리즈 테론이 출연하지 않는다기에 다소 실망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혼자 나지막이 혼잣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안야 테일러 조이 씨, 사과할게".
영화는 퓨리오사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될 성 부른 나무 떡잎부터 안다고 소녀시절의 그녀는 이미 남다른 기질을 갖고 있었다. 전사급 캐릭터인 어머니의 영향도 컸던 것 같다.
영화는 새로운 빌런인 디멘투스와 기존 빌런 임모탄의 갈등, 퓨리오사와 디멘투스의 원한을 그린다. 충성심이 그득한 워보이들의 "나를 기억해 줘~"와 폭발력 넘치는 폭주족들의 전투 또한 볼거리다.
조지 밀러 형님의 다음 시리즈가 기대된다. 과연 퓨리오사는 엄마와 함께했던 풍요로운 녹색의 땅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임모탄의 권세는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을 극복해 내는지 궁금해진다.
멜 깁슨과 티나 터너가 출연했던 그 옛날의 매드 맥스 시리즈가 보고픈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