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시작되면 한 무리의 가족들이 강변에서 소풍을 즐기고 있다. 직장 동료나 이웃들로 보이는 이들은 싸 온 음식을 나눠먹고 같이 물놀이를 한다. 그리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다시 아침. 평온해 보이는 한 가족. 평화롭게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은 학교로, 아빠는 준비된 말을 타고 출근을 한다. 그가 출근하는 곳은 집 바로 옆 담장 뒤 아우슈비츠 수용소다.
아이들의 아빠는 독일 나치의 수용소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수용소 아우슈비츠의 소장이다. 아이들에게 다정다감한 그는 사택으로 사용하는 집 사무실에서 수용소의 수감자들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화장하는 방법에 대해 브리핑을 받기도 한다.
영화는 독일 나치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다룬 이야기지만, 정작 아우슈비츠는 담벼락만 보이고 내부는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가끔 그 안에서 들릴 법한 소리만 들려줄 뿐이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리는 소리만으로 현실을 상상할 뿐이다.
우리는 흥미로워하거나 가보고 싶은 여행지에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곤 한다. 그렇지만,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터전일 뿐이다. 심지어 넘쳐나는 관광객 때문에 골치 아픈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주인공인 루돌프 회스의 삶도 그에게는 그저 평범한 한 남자의 인생일 뿐이다. 그라고 처음부터 사람들을 학살하는 일을 하고 싶었을까.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시작되면 그간의 소리들이 합쳐져 메아리친다. 나에게나 너에게나 우리 모두에게나 인생의 가치는 같다고.
*홀로코스트는 아돌프 히틀러가 이끄는 독일 나치당이 1941년부터 4년간 점령지의 유대인, 슬라브족, 집시, 동성애자, 정치범, 장애인 등 천백만 명의 민간인과 전쟁포로를 학살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