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최악의 왕을 뽑으라면 항상 상위권에 존재하는 선조 때의 에피소드를 다룬 영화 '전,란'은 청의검심 천영과 적의무검 종려의 이야기다.
왜적의 침략으로 백성들은 끼니조차 때우지 못하고 도탄에 빠져있건만, 왕이라는 자는 불타버린 왕궁 재건을 우선순위로 여긴다.
이에 한음 이덕형을 비롯한 대신들과 왕세자 광해군까지 백성들을 돌보는 것이 먼저라고 간언 하지만, 왕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 오히려 한술 더 떠 후원의 규모를 종전보다 더 크게 지으라고 지시하기에 이른다.
왜병과 싸워 혁혁한 전과를 올린 의병장 김자령에게 논공행상을 간언 하는 대신에게 선조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한다.
"이순신은 죽었건만 왜 김자령은 살아있는가?"
치세를 못하는 왕과 치세에 안 하는 왕이 있다면 누구를 택할 것인가 하는 물음에 대해 나라면 차라리 모르면 잠자코 가만히 있는 게 낫다고 본다.
김자령 장군은 역모로 몰려 죽임 당하고 그를 돕던 천영과 그 무리들도 도망자 신세가 된다.
선조의 호위무사인 자령은 그들을 쫓게 되고 결국 천영과 자령은 건곤일척의 승부를 맞게 되는데...
박찬욱 감독의 출세작 JSA 공동경비구역의 미술감독 출신인 '전,란'의 감독은 장면 장면마다 박진감 넘치고 기억에 남을만한 씬을 선사한다.
암울했던 조선의 시기. 그로부터 몇 백 년이 지난 지금의 대한민국. 그 차이는 무엇일까 다시 한번 돌이켜보게 된다. 이 시대에도 어디에선간 전쟁과 반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