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나와 버스 정거장으로 향하는 길. 전봇대 위에서 공사 중이라고 인도를 차도 쪽으로 유도해 놓았다. 전봇대를 올려다보니, 작업자가 사다리차 위에 올라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은 나 하나. 순간, 갈등이 생겼다. 공사 구역은 인도와 차도 중간, 그냥 원래 다니던 인도 쪽으로 가야 하나 아니면 유도해 놓은 차도 쪽으로 가야 하나. 찰나의 선택에서 나는 차도 쪽으로 향했고,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지나가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위의 작업자가 몽키스패너나 망치를 떨어뜨리면 어쩌지?"
그렇다고 위를 올려다보며 지나가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해서 더 빠르게 지나가려는 순간, 어깨 위로 뭔가 톡 하고 떨어졌다.
"아놔,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하며 어깨에 맞고 땅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보니 자그마한 나사못이었다. 이게 나사가 아니고 몽키스패너나 망치였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순식간에 그곳을 벗어났다. 그리고는 작업자가 있는 전봇대 위를 보니,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 외출을 하는데 가는 길이 두 개인 곳을 지나게 되었다. 하나는 장애인이 휠체어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이고 또 하나는 계단을 통해 내려가는, 보다 빠른 길이었다. 약속시간이 빠듯하기도 해서 계단을 이용하기로하고 발을 내딛는 순간, 뭔가 투둑 하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하얀색의 액체가 외투 앞섶에 묻어 튀었다. 까악 까악~ 푸드덕~ 새똥을 맞은 것이다. 살짝 어이가 없어 버스를 타고 가는 길에 와이프에게 카톡을 했다.
"복권사. 로또 맞을 확률이 8백만 분의 1이지만, 새똥 맞을 확률도 40만 분의 1 이래. 우리 집 TV니 세탁기니 가전제품들도 하나 둘 고장 나고 하니, 이제는 뭔가 길조가 들 형상이야."
와이프의 긍정적 해석도 뜬금없었지만, 남들에겐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들이 두 번이나 생겼다는 게 살짝 어이없기도 해서 코웃음이 나왔다.
'그래, 말나온 김에 복권이나 사자'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어보니, 현금도 카드도 없고 어깨에 맞고 떨어졌을 때 주워놓은 나사못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새똥은 뭘로 지우지? 근데 왜 새똥은 하얗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