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여의도는?
대학시절, 야유회를 가기 위한 회의가 열렸다.
갑론을박.
대성리를 또 가?
춘천은 어때?
난 얼마 전에 친구들이랑 춘천 다녀왔는데?
동해 바다는 어때?
니 여자 친구랑 가던지...
입이 달린 친구들은 다들 한 마디씩 거들었다.
그때, 과대표였던 나의 최측근이자 도승지 역할을 하던 친구가 말했다.
"월미도로 가자"
인천 출신인 그 친구의 말에 서울 토박이 친구가 대꾸했다.
"월미도? 배 타고 가자고?"
나는 알고 있었다. 월미도는 몇 년 전 '사랑이 꽃피는 나무'라는 드라마의 오프닝에 나오던 곳으로 지금은 가수보다 매니지먼트 사장으로 더 유명해진 사람이 운영하던 '헤밍웨이'라는 곳이 있어서 친구들과 몇 번 다녀왔던 터였다.
그들의 대화 진행이 흥미진진했다.
인천 출신 친구가 말했다.
"뭐? 배를 탄다고?"
서울 출신 친구의 답.
"월미도라며. 섬 아냐 섬. 그럼 배 타고 가야지. 난 배 타고 가는 데는 싫어"
인천 출신 친구가 눈을 흘기며 내뱉는다.
"야~ 그럼 여의도도 배 타고 가냐? 월미도 배 타고 안 간다고!"
30여 년이 지나 만난 모임에서 내가 이 이야기를 하자 장본인이던 인천 출신과 서울 출신 친구, 둘은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다른 친구들도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의 답답함.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혼자 중얼거렸다.
'월미도에 배 타고 가면, 여의도도 배 타고 가냐?"
그때의 월미도는 잘 있는지, 헤밍웨이는 없어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