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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x May 09. 2021

'결혼이야기'...노아바움백

스칼렛 요한슨, 애덤 드라이버, 로라 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빌리 크리스탈은 맥 라이언과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버릇을 이야기한다. 그중 하나가 책을 볼 때, 제일 뒷면부터 본다는 것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그저 책을 집어 들면 맨 뒷면을 펼친다는 것인데, 그의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내 버릇도 같아졌다.


예전에는 영화를 보기 전에 주인공이 누구인지, 영화 홍보대행사에서 만든 포스터에 있는 무슨 무슨 상 노미네이트, 혹은 영화를 보도록 하고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카피를 눈여겨보곤 했는데, 지금은 꼭 감독이 누구인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감독의 전작이 무엇인지 그의 생애는 어떠했는지도 찾아보곤 한다.


영화 '결혼이야기'의 감독은 노아 바움백이다. 그의 첫 번째 부인은 과거 전설의 미국 드라마 '전투'의 분대장이었던 빅 모로의 딸인 제니퍼 제이슨 리였고, 두 번째 부인은 '프란시스 하'에 나온 그레타 거윅이다.(제니퍼 제이슨 리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에 출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결혼이야기'라는 영화가 1992년에 만들어졌는데, 주인공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대발이 최민수와 코카콜라 광고 모델이었던 심혜진이었다. 다른 건 기억 안 나고 심혜진이 결혼 후 세탁기 앞에서 최민수의 팬티를 집어 들고는 '이런 것까지 빨아줘야 하는 게 결혼이란 말이야?!' 하며 투덜대던 모습이 떠오른다.


노아 바움백의 '결혼이야기'는 뉴욕에 사는 연극 연출 감독과 연극배우인 부부의 이야기이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이름이 린제이 로한과 늘 헷갈렸던 블랙 위도우 스칼렛 요한슨과 '패터슨'으로 호평을 받았던 애덤 드라이버가 부부로 나온다.(애덤 드라이버는 '패터슨'에서 버스 드라이버로 나온다.)

빼빼 마른 몸매에 키다리로만 기억나는 로라 던이 스칼렛 요한슨의 이혼 담당 변호사로 나오는데, 그녀는 이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애덤 드라이버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에게 좌절당하고 만다. 

베네치오 델토로를 발견하기 전, 발 킬머와 더불어 마초의 대명사였던 레이 리오타도 나오는데, 그도 역시 세월의 힘을 거스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제목은 결혼이야기지만, 사실은 이혼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긴 결혼이 있어야 이혼도 있으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영화의 시작은 이혼 상담사 앞에서 부부가 준비한 서로의 장점을 읽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스칼렛 요한슨은 읽기를 거부하지만, 영화의 끝부분에 이르러서야 2초 만에 남편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이를 알게 된 애덤 드라이버는 아들 앞에서 눈물짓는다. 이를 바라보며 같이 우는 아내.


 이혼 전문 변호사인 후배와 회사 일로 송사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 술자리에서 그는 이혼 소송은 정말 이 꼴 저 꼴 다 보게 되는 이전투구와 같다는 말을 했다. 옛 말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어떤 분쟁이건 간에 좋게 좋게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법이 최선책이라고도 했다. 쉽게 말하자면 신사협정 같은 것이랄까.


영화 '결혼이야기'에서도 스칼렛 요한슨과 애덤 드라이버간의 갈등이 이혼 소송 담당 변호사의 손을 거치기 시작하면서 그 파급이 들불 번지 듯 순식간에 크고 넓게 번지고 만다. 평상 시라면 그냥 넘길 수 있는 것들을 상대방의 치명적 실수로 몰아붙여 궁지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일이니까.


결국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과거 우리의 어머니들처럼 자식 때문에 이혼하지 못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옛말이 되었고, 이혼 경력이 새삼스러울 일도 없는 시대가 되었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남을 어떻게 알고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게 따지고 보면, 결혼 제도라는 것에 의문을 갖게 한다.


혹자는 결혼제도야말로 근대사회의 민중들을 가장 쉽게 통제하고 통치하기 위한 위정자들의 술책이라고 말한다. 혹세무민의 정책에 휩싸여서인지, 눈꺼풀이 가려진 상태여서인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혹은 이혼한다. 만날 때의 소중함이 있듯이 헤어질 때도 처음의 소중했던 마음만은 잊지 않기를, 스칼렛 요한슨이 잠든 아들 헨리를 안고 있는 애덤 드라이버의 풀린 신발끈을 묶어주는 장면에서 볼 수 있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결혼을...결혼은 미친 짓...(이라고들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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