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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x Dec 29. 2021

남해 보리암, 다도해를 품다.

대한민국 3대 기도 도량 탐방기

남해 금산에 있는 보리암은 양양 낙산사 홍련암, 강화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기도 도량으로 불린다. 한 곳을 더 추가하라면 여수 향일암을 꼽는다.

32년 만에 37년 지기 친구와 남해 보리암에 올랐다. 목적은 친구가 3대 기도처 투어의 마지막 대미를 보리암에서 장식하기 위함이었고, 나는 운전기사이자 가이드의 역할로 따라나서게 되었다. 32년 전 보리암을 갔을 때부모님과 누나가 일행이었지만, 지금은 누나 외에는 동행할 수 있는 분이 계시지 않다.

차가 주차장에 진입하면서부터 수금은 시작되었다. 주차비 3천 원. 보리암으로 올라가려면 셔틀버스를 타야 하는데 왕복 2천5백 원. 버스에서 내려 보리암을 향하는 입구에서 또 통행료 천 원. 여기는 카드도 안 받는다. 친구와 나는 셔틀버스를 타지 말고 운동삼아 걸어가자고 했으나 출발 5분 만에 셔틀버스를 타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우리와 같은 마음을 먹고 오르막을 향하다가 내려오는 일행 여럿을 봤기 때문이다. 그깟 만원. 당구 한 게임 졌다고 치자. 대한민국 3 기도 도량에 오르는데 , 시주한 셈 치기로 했다.

다소 가파른 언덕을 오르고 나서야 나타난 보리암. 32년 전 처음 마주했던 기억은 가물가물, 선뜻 생각이 나지 않고 운무가 자욱했던 것만 떠오른다. 친구는 가족의 안녕과 건강을 위해 기도를 했고, 나 역시 가족의 건강과 행을 빌었다.

보리암에는 이성계가 와서 기도했다는 도 있고, 용이 승천할 때 큰 구멍이 뚫렸다고 전해지는 커다란 바위도 있다. 보리암에서 내려다보는 남해 바다는 그야말로 절경이다. 상주 은모래 해변에서 올라오는 등산길도 있는데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길이다.

남해는 네 번째 여행인데, 강원도 바다를 보러 간 것 말고는 한 지역을 이렇게 수차례 방문한 적이 없다. 그만큼 내게는 매력적이고 추억에 잠길 수 있는 곳이다. 전에는 남해로 오려면 남해대교를 통해서 밖에 갈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이곳저곳에 연륙교가 생겨서 접근 방법이 다양하다.

남해는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사당도 있고,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가천 다랭이 마을도 있다. 남해는 유자가 유명하다고 한다. 다랭이 마을에 가면 유자빵을 파는데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먹었다가 그 맛에 화들짝 놀랐다.

보리암이 있는 금산은 국토 남단의 금강산이라고 하여 금산이라고 불리었으며, 이성계가 조선의 왕이 되고 나서 산을 온 비단으로 덮어주고 싶었다고 해서 금산이라도 부른다는 설도 있다.

두 번째 방문했던 2003년 가천 다랭이 마을 이장님 댁에서 마주한 일출을 평생 잊을 수 없으리라. 그때만 해도 다랭이 마을이 지금처럼 유명하지는 않았는데, 지금은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때문에 주변에 전무하던 펜션이나 숙박업소가 즐비하다.

남해는 상주해수욕장이 유명한데, 지금은 상주 은모래 비치로 불리는 듯하다. 수심도 낮고 물도 깨끗한 편이며, 수온도 낮지 않고 무엇보다 바로 옆에 민물이 있어서 따로 샤워장을 이용하지 않아도 되고, 바다가 살짝 부담되는 아이들이 놀기에 최적인 곳이다.

남해를 언제 다시 오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올 때는 아내, 아이들과 동행해서, 상주 은모래 비치에서 보리암으로 오르는 등산 코스로 등반을 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들 '혼자 가세요.' 할 것이 뻔하지만 말이다.

보리암에서 바라본 남해 다도해.
보리암 위로 오르면 용이 승천할 때, 구멍이 생겼다는 바위를 볼 수 있다.
보리암 해수관음상. 낙산사 해수관음상에 비해 아담하다.
상주 은모래 비치.
보리암은 기암괴석으로 둘러 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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