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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nx Jan 08. 2022

퍼펙트게임과 알만도 갈라라가

오심으로 대기록이 날아가다(feat.짐 조이스)

120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 퍼펙트게임은 23번 밖에 나오지 않았다. 퍼펙트게임이란 야구의 정규 이닝인 9회까지 27개의 아웃 카운트를 상대팀에게 단 한 차례의 진루 없이 마무리 짓는, 말 그대로 퍼펙트한 게임을 말한다. 1982년에 프로야구가 출범한 우리나라에서는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퍼펙트게임은 의외성이 있는 경우라 샌디 쿠펙스나 랜드 존슨 같은 선수 말고는 당대 최고의 투수들도 기록한 바 없다. 투수가 잘 던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야수들의 도움도 필요하고 약간의 운도 따라야 하는 진기한 기록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프로야구팀은 10개인데 비해 미국의 메이저리그 소속팀은 30개이고 그 산하 트리플 A, 더블 A, 싱글 A까지 합하면 그 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퍼펙트게임에 거의 도달할 뻔한 경우는 몇 번 있었는데, 아마도 가장 근접했던 선수가 알만도 갈라라가일 것이다.

2010년 6월 2일 클리브랜드 인디언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경기에서 디트로이트의 선발 투수로 나온 알만도 갈라라가.(갈라라가라는 이름의 메이저리거는 그 후로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는 9회 초 2사까지 26개의 아웃카운트를 단 한 명의 진루 없 잡아내는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이 정도 순간이 되면 언제나 파이팅을 외치 시끌벅적 대던 더그아웃은 절간처럼 고요에 빠진다. 대기록을 앞둔 투수에게 심정적 안정을 주기 위한 배려라고나 할까. 감독은 물론 코치들도 입을 다문 채, 투수의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의 타구가 핫코너 3루 땅볼로 굴러갔을 때, 구장에 있던 모든 이들은 환호했다. "내 눈앞에서 퍼펙트게임이 벌어다니!" 하지만, 1루심 짐 조이스는 박빙의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타임 늦은 판정으로 세이프를 선언한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아웃.

결국 알만도 갈라라가는 28개의 아웃을 잡고 완봉승을 따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전설의 명장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감독 짐 릴랜드는 흥분해서 짐 조이스에게 어필을 했고, 심지어 클리브랜드의 팬들조차 그에게 야유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 백악관의 주인이었던 버락 오바마마저도 오심은 정정되어야 한다는 말을 했을 정도니. 하지만,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의 판단으로 번복은 없었다. 지금처럼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테지만.

결국 알만도 갈라라가는 88구 완봉승을 따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일생에 단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를 놓친 그 오히려 의연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고 지금은 독립리그에서 야구 생활을 한다고 한다.

알만도 갈라라가의 퍼펙트게임이 날아간 다음 날, 오심의 주인공이었던 짐 조이스는 그에게 다가가 진정한 사과를 했다고 한다. 황당한 오심으로 인해 퍼펙트게임이 날아갔음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지으며 마운드로 향하는 알만도 갈라라가는 진정 멋진 야구의 신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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