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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코 Jun 10. 2020

아메리칸 캐주얼 : 데님

일본의 워싱 데님


빈티지 아메리칸 컬처에 빠져있다면 한벌쯤은 소장하게 되는 일본산 셀비지 데님.

다 비슷한 데님인듯하지만 일본 데님에서 특별한 향수와 매력을 느끼게 됩니다.



1900년대 초 군인과 노동자들의 워크웨어로 5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인기와 함께 대중들의 패션으로 2020년 지금까지도 가정주부인 우리 엄마, 평일에는 정장만 입으시는 아버지, 대학생 누나, 점심에는 급식 먹는 우리 동생까지 외출복으로 청바지 한 벌씩은 꼭 가지고 있습니다.



페이딩을 즐기는 문화와 함께 다양한 데님 원단이 개발되었고 그 페이딩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며 현대 청바지의 할아버지 격인 셀비지 데님 또한 관심과 사랑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셀비지 데님의 경련 변화를 즐기던 문화가 이전부터 존재하였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하는 답 없는 문제들은 미뤄두기로 하죠.


Levi's, Lee, Wrangler 등 역사와 전통의 청바지 회사들이 있음에도 일본 로컬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데님 매니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일본의 데님들은 어떻게 지금의 위치에 자리하게 되었는지 어떤 이유로 일본은 데님을 생산하고 데님의 본토인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까지 하게 되었는지 일본 데님의 역사에 관한 썰들을 풀어볼까 합니다.



1945/46 일본 거리 풍경 ※출처 : 구글


2차 대전 패전 이후 대부분의 미군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미군부대에서 사용됐던 옷이나 생필품들이 방출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일본인들은 데님을 접하게 되죠. 대부분의 데님들인 미군들의 생활감이 남아있어 세탁 후 변형이 끝나 있던 것들이 보급되었는데 부드럽고 물이 많이 빠진 밝은 색상의 데님이 많았죠.



당시 일본은 다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업의 발달을 막고 농경 위주의 사업을 발전시키는 등 패전국으로서 미국의 정치개입이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당시 일본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외화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어 수입 등의 무역을 제한했었죠.


데님 같은 경우도 새 제품들이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리지드 상태의 데님을 경험해보지 못하게 됩니다.



이후 일본의 경제가 회복되었고 다양한 데님 브랜드들도 수입되기 시작했지만 당시 일본인의 기대와 다르게 미국산 데님에서 다양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천연염색 방식의 인디고 염색은 견뢰도가 떨어지는 편이어서 청물이 빠지는 건 물론 이염도 심하게 발생하였고 원단은 불편할 정도롤 거칠고 단단했으며 세탁 후 극단적인 사이즈 변화도 있었죠.



미국 답다면 미국 다운 거겠지만 예전부터 미국에서는 데님의 이염과 변형을 당연하게 생각했고 가공을 해서 판매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워싱 후 변형은 구매자의 몫이었죠. 수축에 관한 데이터나 기술도 없었고 당시 데님은 노동복의 하나기도 해서 원단을 만드는 기술 또한 발달하지 못해 불량이 많고 짜임도 일정하지 않았습니다. 수축 후 변형은 더욱 예측할 수 없었죠.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데님을 착용하고 목욕하거나 욕조에 들어가는 등 몸에 딱 맞는 사이즈로 수축시키는 방식이 유행하기도 했었습니다. 


지금도 데님 매니아들이 도전하는 소킹 방식 중 하나이기도 하죠. (비슷한 예 : 오션 소킹, 머드 소킹 등등)



코지마 데님 가공 공장의 워싱 머신 (※출처 : 직접 촬영)


그런 불편함에도 일본에서 데님의 인기는 계속되었고 70년대 일본 생산의 데님 브랜드와 제품들이 발매되었고 미국과 마찬가지로 데님의 변형과 이염 등의 문제는 계속 발생하였죠.



특히 데님의 거칠고 단단한 질감을 일본인들이 선호하지 않아 데님을 판매하던 판매처들 이러한 고객 의견을 수렴하여 일본의 데님 시장을 중심으로 워싱에 관한 연구가 시작됩니다.


코지마 데님 공장에서 워싱 전 수작업을 거치는 장면 (※출처 : 직접 촬영)


처음에는 데님을 취급하는 소매점에서 가정용 세탁기로 데님을 세탁하여 판매를 하기도 하였는데 굉장히 비효율적이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데님 브랜드였던 Edwin은 세탁 전문 업체에 대량의 데님을 세탁해 달라고 의뢰하였는데 대량의 데님을 세탁 후 다음 세탁물에 인디고가 이염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 때문에 Edwin 은 세탁 업체의 대형 세탁기를 인수하여 생산 데님의 대부분을 세탁하여 판매하는 시스템을 갖추게 됩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데님 업계에는 '워싱'의 바람이 불게 되죠. 지금의 원 워시 데님의 개념이 탄생하게 된 것인데 워싱 이후 데님의 변형과 이염의 많은 부분들이 해결되었고 특히 거칠었던 착용감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더 편안하고 부드러워집니다.



데님의 워싱이 대중화되면서 특수 가공의 연구도 가속화되었죠. '바이오 워시드' '볼 바이오 워시드' '스톤 바이오 워시드' 나 효소, 산화제 등의 약품과 유연제 등의 사용하는 기술 등 더욱 다양한 기술의 발달을 이루게 됩니다. 또한 편안한 데님 이외에도 디자인 적인 요소를 더하기 위해 레이저나 모래를 이용한 다양한 가공 방식이 개발되고 계속해서 일본의 가공 데님 기술은 진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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