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지환 Jun 09. 2017

내가 사업을 하는 이유, 그리고 72초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들 만들면서 잘먹고 잘살기

- 내가 문화예술업에 종사하는 이유


난 하고 싶은 것을 조금 늦게 찾았다.

31살에 IT업계에서 문화예술업계로 넘어왔고, 그 시작은 공연기획이었다.

바닥부터 시작했다. 공연기획 아카데미에 등록했고 각종 공연과 페스티벌에 자원봉사를 나가 현장을 익혔다. 비바람이 매우 불던 한 페스티벌의 무대였다. 무대 위에서 아티스트들 위를 덮고 있던 자바라 텐트가 비바람에 날라갈까봐, 그리고 그 모습이 관객의 시야에 거슬릴까봐 관객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가만히 텐트를 잡고 있던 모습이 그 당시 영향력 있던 공연업계 분들께 눈에 띄었나보다. 비교적 많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취직이 금방 되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나의 새로운 길에 대해서 반대 하시던 우리 부모님의 마음도 돌려놓았다.


그렇게 나의 문화예술업계 이력이 시작되었다. 

평생 하고 싶은거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잘먹고 잘살고 싶었다.


평생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도 조금씩 정리가 되었다.

난 기존에 없던 새롭고 재미있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에 맞는 사람을 찾았다.



- 사업의 시작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자. 그러면서 잘먹고 잘살자" 라는 생각에 공감하고, 나와 굉장히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서로 핏이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을 만났다.

그래서 둘이 뭉쳤다. 그리고 회사를 만들었다. 

IN THE B

세상에서 현재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지는 것들을 A라고 한다면, 세상은 새로운 A가 될 수 있는 B들이 A가 되는 과정에서 변화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새로운 A가 될 수 있는 B들을 찾아 A로 만드는 작업을 하겠다고 지은 이름이다.

그렇게, 첫 사업이 시작되었고, 프로젝트를 하나 둘 진행하며 마음이 맞는 동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회사가 되었고, "재미"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했고, 신나게 콘텐츠들을 만들었고, 신나게 회사를 말아먹었다.


뜻은 좋았으나, "사업"에 대한 생각이 부족했다. 너무 안일했다. 콘텐츠만 열심히 만들면 돈이 벌릴 줄 알았다.


회사를 접었다.

그리고 다시 기회가 왔다.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새로운 멘토를 만났고, 사람을 다시 모았다.


감사하게도, IN THE B 때 함께 작업하던 내외부 사람들이 흔쾌히 함께 해줬다.(IN THE B때 함께 했지만 72초에는 함께 하고 있지 못한 몇 명이 있다. 그 친구들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남아있다..)

그렇게, 조금 더 많은 5명의 동반자들이 모여 회사를 함께 시작했다.

회사의 모양새를 조금 갖춘 후, 인더비 때부터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했던 외부 감독들도 흔쾌히 함께 했다.


그리고 속속 많은 식구들이 함께 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비지니스, 마케팅, 재무 등 더욱 다양한 파트의 마음 맞는 동반자들이 더 생겨났다.



- 일을 왜 하는가?


사람들은 일을 왜 할까? 돈을 벌려고 한다. 그런데, 직장은,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절반 이상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즉, 직장은 삶이고, 그렇다면, 직장은 재미있어야 하지 않은가?


왜 사회에서는 그러면 안되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그래서 직원들에게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재미있니?" 다.

당연히 돈 벌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있어야만 잘 살 수 있다.

그런데 돈만 벌면 뭐할건데?



- 법인은 사람이다


법인(法人)은, 말 그대로, 법으로 인정한 사람이다. 하나의 인격체다.

법인이 사람이라면, 돈은 뭘까?

돈은 심장이 아니다. 

돈은 피다.

피가 모자르면 수혈을 받아야 한다. 성장의 속도가 피를 재생할 수 있는 속도보다 너무 빨라서 수혈이 필요하던, 영양 상태가 너무 안좋아서 수혈이 필요하던, 어쨌든 필요한 양보다 피가 부족하면 수혈을 받아야만 살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피가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지만, 사람이 일생을 사는 목적이 피를 만들어내기 위함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 우리 주식회사 칠십이초라는 법인은, 무엇을 위해 살고 있을까?

새롭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세상을 조금 더 재미있게 만들어, 우리가 조금 더 재미있는 삶을 살기 위해 산다. 



- 솔직히 어렵다


현재 주식회사 칠십이초라는 사람은, 50여 개의 자유의지를 가진 뇌들이 모여있는 하나의 인격체다.

법인이라는 사람은, 한 개인의 생각으로 움직이는게 아니다. 그래서 사업은 어렵다. 그리고, 그래서 재미있다.

50 여명의 식구들. 모두가 재미있으면 좋겠다. 72초라는 사람이 재미있고, 그래서 그 법인을 구성하는 개개의 우리 식구들 모두의 삶이 재미있으면 좋겠다.


얼마 전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업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이라는 질문을 받았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그리고 답을 했다. 2015년 봄, 72초 시즌1 촬영을 마치고 72초 첫 MT를 갔다. 저녁 식사 후 모닥불 주위에 삼삼오오 모여서 깔깔대던 모습이 머리 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그 때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이런 모습을 계속 보고 싶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사업을 하면서 가장 기분이 좋고 행복한 때는, 직원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볼 때다. 직원들의 웃음소리가 사무실에 울려 퍼질때이다.


그런데, 식구가 50명이 넘어가니, 이게 점점 어려워진다.

개인적으로 사업 경험이 아직 두번째 밖에 안되고, 업력도 길지 않고, 이만한 규모를 운영해보는 것도 처음이라서, 솔직히 어렵다. 잘 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는 계속 헤매고 있다. 번지르르한 말로 "우리 너무 잘하고 있어요~ 아무 문제 없고요, 이렇게 장미빛 미래만 있어요~"라고 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게 지킬 자신 없는 소리를 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다. 계속 헤매어 보는 수 밖에.



- 그래서 72초는 어디로 가냐고?


72초는 나름대로 시장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로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들을 만들어내며 끊임없이 무인도를 찾아 헤매이고 있다.

왜 그러냐고? 우린 처음부터 그러려고 생긴 집단이다. 그게 우리의 존재의 이유다. 우리가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내는 시도를 하지 않고,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는 시도를 하지 않으면, 우리 회사의 존재의 이유가 없어진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짧은 경험으로는, 콘텐츠 사업은 기본적으로 그런 속성을 상당히 가지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우리 식구들은 항상 힘들다. 세상에 레퍼런스가 없는 작품과 전례가 없는 사업 구조를 다른 파트너들과 이야기 할 때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이니.


이쯤 되면, 이런 궁금증이 들 지도 모르겠다.

"콘텐츠 회사 대표가 콘텐츠 시장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만 하고 있나?"


미디어 및 콘텐츠 시장이 어디로 어떻게 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사방에서 너무 많은 분들이 각기 다른 좋은 말씀들을 해주고 계신다. 그 수 많은 이야기들 안에 또 하나의 시끄러운 이야기 조각을 만드는 것은, 현재 시점에서는 별로 의미 없어 보인다.


정답은 없다. 각자 가는 길이 있을 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